말 안듣는 자식이나 말 안듣는 강아지는 어따가 팔까
나 혼자 생각에 그냥 피식 웃는다.
우리집에 이젠 강아지가 두 마리
다 큰 개가 두마리.
이젠 또 고양이 한 마리 추가다.
모두 시댁에서 맡긴 것이다.
아들네는 시골에서 살고, 시댁은 시내에서 사니까
모든 동물은 몽땅 우리집이 동물 보호소가 된 것처럼 생각하시나 보다.
웬만하면 그냥 정붙이면 죽을 때까지 키우셨음 좋겠구만,
여긴 이상하게 돼지나 닭처럼 키우다가 복날 되면 잡아먹는 풍습이 당연한 곳인 만큼
암수술을 네 번이나 하신 후로 아버님은 의사의 지시대로 절대로 개고기를 먹음 안된다는 말에
당신이 키우던 개를 몽땅 우리집에 보내 신 것이다.
원래 우리집에 늙은 개 한 마리 뿐이었는데
곧 언제 갈지 눈도 축 쳐서 꼭 할머니 보는 기분인데
울 애들 어렸을 때부터 같이 큰 개가 이젠 가족아닌 가족이 되버렸다.
몇년 전에 어느날 내 원고료로 개 사료 사러 갈 때
참 기분이 묘했다. 다른 사람들은 원고료로 무엇을 했을지 궁금하긴 하지만
늙은 개 사료를 벌써 몇 년을 두고 했는지 가늠이 안간다.
이 눔은 늘 먹던 사료를 주지 않으면 그냥 굶는다. 자기 입맛이 안 맞는다고 시위하는 것 같다.
그래서 늘 가던 사료가게에 늘 간다. 말 안해도 주는 것을 차에 싣고 논둑 가로질로 산하나 넘어
그렇게 계절을 지나친 세월도 얼마인데.
그런데 시댁에서 온 개들은 성격이 전혀 달랐다.
주인이 바뀐 것인지 주위 환경이 달라져서 그런지 몰라도 시도 때도 없이 짖어 시끄러운 개들 때문에 주인이 가출하게 생겼다.
시댁은 잘 키워서 잡아 먹는다는 당연한 문화인지 모르지만,
나 같은 경우엔 아침 저녁으로 물 갈아줘 가면서 같이 산 세월을 전혀 무시할 수 없는 그 놈의 정이
저걸 어디다가 팔어 말어 이런 고민도 하게 된 것이다.
남편도 하도 시끄러우니까
" 아! 이눔의 개쌔기들아 조용히 안하면 개장수한테 팔아 버린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 그제야 좀 조용하다.
그런데 개장수라는 말은 알아 듣나 보다. 진짜 우는 아이 곶감 준다고 하면 얼른 무서워서 뚝 그치는 것처럼
한동안 조용하다.
네 마리가 먹는 사료도 엄청 늘었다.
나나 남편이나 늘 사료 사러가는 것도 큰 일이다.
그래서 한 마리라도 어떻게 팔아 볼까 이 놈 저 놈 눈치 봐가며 고르는데
이것도 할 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시댁에서 보낸 강아지를 개장수한테 팔면 그날로 어느 식당에서 제삿날이 될텐데,
그 초롱한 눈빛을 보면 절대 그런데 팔면 안된다고 말리고 싶을 뿐이다.
가만히 우리집에서 제일 오래 살았던 늙은 개가 나를 오랫동안 쳐다본다.
말은 없지만 사람 눈과 개의 눈이 마주칠때
그 느낌은 절대 안 해본 사람은 짐작도 못한다.
그런데 그 개가 나에게 던진 메시지 같은 게 느껴지는데
' 저 아무래도 오래 못 살 것 같으니 저 어린 것들 잘 키워줘유~~"
꼭 외할머니가 내가 떠나도 저 어린 것들 잘 부탁한다 이런 눈빛이다.
그래 같이 산 다는 것이 뭐 별난 건가 싶다.
오늘 금요일인데 얼른 돈 찾아 사료나 사러 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