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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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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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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골생활 적응기


BY 천정자 2012-04-17

시골에서 산지 어언 13년이다.

사실 시골에서 산다고 하는 것보다

전원생활 한다고 하면 좀 그럴듯 할 지 몰라도

말이 그렇지 거기서 거기다.

 

어디가 문제가 아니고 사람들이 집단으로 사는 곳인데

모양 좀 다르고 크기별로 옹기종기 모집한 상태만 좀 다를 뿐인데

사는 집 평수에 행복지수 다 높다는 보장도 없는데

어디서 살 던 내 마음이 편한  곳이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돈도 별로 없고 남한테 잘 보일 필요 없는 가장 나에게 만만한 집이면

될텐데, 이런 생각으로 시골생활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시장이 멀어 불편한 것보다.

문화생활을 하다가 못하는 것보다

더 생경한 것과 생소한 것은 이미 내가 이사오기 전부터 몇 십년 사신 이웃들의 문화였다.

그렇게 오래 사신 동네엔 나름의 사소한 문화들이 있었다.

 

내가 제일 이해가 안되다가 좀 늦게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던 시골문화중에

이름을 굳이 붙인다면

" 참견문화"와 또 간섭문화라고 해야 되나 ...

이런 것이 내가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어 그냥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사건이 있었다.

 

남편은 농사를 짓고 나는 시내에 직장을 둔 소위 워킹맘이었다. 더욱 그 당시엔 애들도 다 어리고 젊은 여자가 시골에 들어 오는 것도 전혀 흔한 일이 아니 었을 것인데, 내 생각으로 그저 조용하고 시골이니까 이 생각만 한 것이다. 팔팔 끓는 냄비 뚜껑을 열어 보기 전 그 내용을 모르는 것처럼 나도 그런 식이었으니, 일단 우리동네 문화는 남편이 농사를 지으면 무조건 여자도 특히 마누라라면 남편보다 더 일을 잘해야 하는 법이 있었던 모양이다. 난들 그런 걸 전혀 모르고 들어 왔으니 상대가 나를 봤을 땐 정말 생뚱한 어떤 여자가 아침마다 버스타고 나가 저녁에 퇴근하고 들어 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농경사회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디 한 손이라도 빌려 해도 넘쳐나는 농사인데, 게다가 남자도 아닌 여자가 날마다 버스타고 나가는 것을 특히 할머니들은 당신이 직접  차비를 주는 것도 아닌데, 눈빛은  도저히 미운 며느리 뒷꿈치 보는 얼굴을 하셨다.

중요한 것은 나였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보니 나에게 자가용이 생기고 당연히 버스를 안타니 늘 얼굴이 보이던 그 여자가 버스를 안탄다는 것이 소문이 도는데, 희안하게 그 소문이 너무 기가 막혔다.

' 드디어 그 여자 집 나갔다며?"

 이 소문도 나중에 나에게 오기 까진 얼마 걸리진 않았다.

중고로 산 자가용이 영 시동이 걸리지 않아 할 수없이 정비공장에 수리를 맡겨놓고

집으로 버스를 타고 들어오는데 어떤 할머니가 대놓고 말씀을 하시는 거다.

" 아니 집 나갔다며 언제 돌아온 겨?'

 

아무것도 모르고 그 질문에 듣는 사람도 황당한 표정으로 어리벙벙한데

말씀하시는 할머니는 과연 이 말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당신이 잘 아는 사람도 아닌 그저 한동네에 사시는 이유 한 가지만이라도 어디를 나갔다 왔냐? 안부도 아닌 말을,

아주 단도직입적으로 그렇게 질문하시는데

진짜 시골은 이렇게 말해도 잘못이거나 틀렸다고 지적을 해도

되레 나만 이상해지는 것을 알았다.

 

할 수 없이 나도 대답을 했다.

'죄송하구먼유..다음부턴 동네 어르신들한테 허락받고 집에 들어올께유 헤헤!"

대답을 들은 그 어르신 내릴 때까지 내 얼굴을 보지 못하셨다.

집에 돌아와서 곰곰히 기억을 더듬어도

내 집은 여긴데 누구한테 부부문제로 집을 튀어 나간다고 한 마디 한 적도 없고,

남편이 술 주사가 심해 날마다 싸우는 부부도 아니요.

도대체 내가 무슨 연예인처럼 동네에 스캔들을 뿌렸나.

이게 뭔 소문이 제대로 돌긴 돌았구나

그러니까 얼굴만 몇 번 본 동네 어르신이 내가 집을 언제 들어오는지 나가는지

그게 최대의 관심사가 될 정도로 별 문제도 아닌 것이 동네의 이슈가 되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하다 결론이 났다.

 

" 오죽 심심하셨으면...."

정말 어느 서부영화처럼 말하는 것보다 더 빠른 권총으로 결투하다 판나는 미국 서부시대가 아니길 망정이지,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이 꼭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골문화 중에 사람 기 살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 말 " 이었다. 폼 나게 들판을 뛰어 다니는 멋있는 말이 아닌, 사람의 입 속에 세치 혀를 굴려 나오는 이 말로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 것이다.

 

그러다가 시간 지나면 또 언젠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다.

시골의 시간은 한 시간이 한 나절도 될 수 있고, 하루 왠 종일도 될 수 있다.

이런 시간의 개념은 누가 이 시간을 쓰느냐에 따라 확실히 구분이 간다.

더군다나 젊은 여자가 남편이 농사를 짓는 것을 도와주지 않고

탱자탱자 놀다가 집에 들어 오는 것을 아무리 남이라고 해도 이쁘게 봐 줄리 만무하다.

오늘 버스타고 나갔다며 그 여자 애긴 버스타고 뭐 사갔고 왔는지까지 세세한 보고가 들어와야

당신들 하루 일과 중에 한가지인 셈이다.

더욱 이런 일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나는 나름대로 내 생활방식을 충실하게 이행했으니

주위 사람들은 초미의 관심대상이 된 것이다.

 

아무리 재밌는 드라마도 오래하면 지겹다. 더욱이 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것인데, 정작 주인공은

사오정처럼 전혀 동네 어르신들한테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런 소문에 일일히 대응을 하지 못했다. 못 한 것보다 나름 나의 전에  도시에 살았던 문화를 그대로 시골생활에 도입을 한 것 뿐이었다.

도시에선 앞 집, 뒷 집에 친척이 아닌 이상 간섭이나 참견은 정말로 금기사항이다.

이웃이 도움을 요청하기 전 절대 상관도 하지 않는 것이 도시 문화다. 이런 문화에 몇 십년 푹 절은 사람이 시골문화에 적응 한다는 것은 솔직히 버거운 일이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가고 나니까

이 어르신들끼리 무슨 계모임을 따로 하셨나 또 나를 보는 눈빛들이 틀리시다.

난데없이 나물을 한 소쿠리 들고 오시는 분도 있고.

근처 딸기 따셨다고 한 바가지 들고 오시는 분도 게셨다.

나중에 알고보니 애기인 즉

" 그게 또 아닌가벼~~"

 

동네 북을 치고 보니 그 북이 아닌 것도 아닌, 결론적으로 무반응으로 일관하니 그 사람 그런 사람이 아닌가보다 또 동네 입소문대회에서 토론을 하신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되기 까지 한 칠 년이 걸렸다.

임대차 전세 기간도 2년인 시대에 내 맘대로 살다가 이사 가는 것도 법으로 인정하는 법치국가에서 시골생활을 잘 할려면 자격증 취득이 아닌 자격을 각오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동네는 반드시 터줏대감이 산다. 토박이는 하도 한 곳에서 오래 살아 얻은 권위다.

토박이만의 문화가 반드시 형성된다. 자기들만의 그 문화에 나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처음엔 할 줄 몰라 못한 것이지만. 나중에 나도 십 여년 넘게 살다보니

우리집 바로 옆 집에 할머니 손자가 몇 인지. 그 손자가 누구 누구랑 눈이 맞았는지 ,

서울가서 취업을 잘 했다느니등등, 토박이처럼 변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시골생활에 적응한다는 것은 일단 불편함을 미리 예상하고 각오해야 한다는 전제라고 생각한다. 그 불편함이 편안함으로 변화될 때까지 겪을 시간은

누군든 상황이 다르다. 쉽게 애길 한다면 내가 다르듯이 당연히 상대방의 생각도 다를테니

설득할 시간이나 적응할 기간이 다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소문을 들어도 일단은 좀 지켜보는 시간이 한 일년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골의 시간은 말 하기 나름이다. 한 순간에 달라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말도 좀 느리게 굼떠야 한다. 말 잘하는 것보다 들어주는 것을 더 좋아하시는 것은 어디든지 같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어르신들은 당신 애길 들어주는 것이 당신 생일이나 어버이날 선물 받는 것보다 더 좋아하신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은 내가 더 시끄럽다.

" 에구구 이게 다 뭐래요.."

동네 잔치 하실땐 나를 불러 내어 밥 한 번 같이 먹는 것도 즐거워 하신다.

그런데 말이다. 이상한 것은 내가 언제 집 나갔다는데 그 소문 누가 낸 거예요? 했더니

어르신들 얼굴 정색을 하시고 놀라서 눈 똥그랗게 하시더니

" 아니! 그게 무슨 소리여? 언제 집을 나간 적 있남?"

 

시골생활 잘 하려면 잘 잊어먹어야 한다. 뒤끝이 없어야 한다.

진드감치 기다릴 줄 아는 것도 배운다.

누가 나보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라면 나는 울 동네를 삽으로 퍼 그대로 옮긴다면 모를까.

못 간다고 말 할 것이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