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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어도 혼자 잘 살수 있어?


BY 천정자 2011-10-28

이런 생각을 안 할려고 해도 죽은 사람을 보면 자꾸 떠오른다.

일반인들은 평생 몇 번 경험을 할까 말까한 시체를 나는 하루에 두 번 세 번 보면

정말 사람 인생 한 번 왔다가 한 번에 가는구나 또 다시 확인된다.

 

집에 퇴근하고 돌아오면 가족이 아직 돌아오지 않아 기다릴때

무사히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한 적도 많다. 그만큼 부지불식간에 무슨 일이 어디서 터질지도 모르는 세상이기에 늘 불안한 것은 그냥 생활에 깔려 있다고 본다.

 

남편하고 같이 산 지 이십여 년이 넘어가는데

요즘 내가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다.

늘 같이 살기에 생활의 공통분모인 그 자잘구레한 사소한 생활 중 

당연한 것들이 나 하나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 못 들어 오거나 싫든 좋든 불가피하게 같이 못 살땐 

그 파장이 얼마나 클까 이런 되지도 않을 그 만약의 상황을 상상하니 내가 전부 다 하는 돈관리나 살림을 어느 정도 분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편은 복잡한 것을 젤 어려워하고 싫어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집 남자들도  이 복잡한 애길 젤 싫어하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런데도 난 그 싫은 애길 자꾸 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날 한 시에 동시상영 상영하는 영화처럼 부부가 나란히 동시에 세상 뜰 사건은 희박한 확률이다.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부부라도 누가 먼저 떠나도 혼자 남은 사람 우리집 돌아가는 경제사정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내 생각에 자꾸 반복을 하니까 이젠 조금 내 뜻을 알았나 세금 내는 자동이체 통장도 드려다 보고 고지서 챙기는 정도로 발전 했다. 댓가 없는 공짜 없는 세상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같이 하는 살림인데, 돈관리 살림이 제 일의 주도권을 갖는 것이 옛날엔 가부장제도에선 한 사람만 벌고 관리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이것도 옛날일이다. 누구든 한 번쯤 겪어야 할 상황인데, 나라고 바켜가지 않을 것이고. 하나 하나 짚어 우리가 총 쓰는 생활비가 얼마인지. 가장 많이 나가는 돈이 이달에 어떻게 좀 줄었는지 애기 좀 할려고 하니까 또 짜증나는 듯이 그런다.

" 뭐 그런 것까지 신경쓰게 하냐? 니가 다 알아서 다 혔잖어?'

 

내가 다 알아서 하다가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땐 싫든 좋든 당신 몫이다라고 했더니 재수없게 왜 그런 애길 하냔다. 재수 없긴 뭐가 없냐고요. 우리가 하는 애긴 가장 생산적인 재수를  재테크 하자는  애길 하는 건데. 아무리 둘이 합쳐 돈을 많이 벌어도 관리 못하면 버느라 수고하고 쓰느라 낭비하다 평생 다 보내놓고 그 때 미리 해 둘 걸 이러지 않을려고 그런다고 했더니 똑똑한 사람 다 맡아서 하란다. 자기는 골치가 딱딱 아프단다.

 

글쎄 그 똑똑한 사람 마누라가요 먼저 가면 어쩔건데?

남편의 눈이 갑자기 가늘어진다. 얼마 전 호되게 감기를 앓더니 무슨 죽을 병에 걸렸나 눈치다.  아님 머리에 꽃을 꽂은 여자를 상상하나 보다.

 

" 니 뭔일있나? 왜그러는 건디?"

뭔 일 나기 전에 미리 사전에 알아둬야 나 없어도 잘 살 수 있을거 아니냐고 했다. 마누라 일찍 보내놓고 혼자 살다가 괜한 엄한 여자 다시 재혼하여 거지 되는 사람 못 봤냐고 했다. 알고 봤더니 꽃뱀한테 걸려도 못 알아본 것은 순전히 본인 책임이지, 돈 빼앗겨도 할 말없는 세상이니까 당신도 잘 알아둬야 평생 고생도 미리 예방하는 것이라고 했다.

 

남편이 또 성질낸다. 곧 죽을  사람처럼 유언장 쓰느냐, 그럼 나보고 딴 여자랑 살다가 사기 맞으라느니 어째 애기가 엉뚱한 곳으로 빠진다. 그래도 어쩌랴. 이 왕에 하는 말 더 한 마디 보탰다.

' 긍께 나 없을 때도 혼자서 잘 살어야 할 것 아녀?

 누가 지금 당장 죽는데? "

남편이 다시 내 얼굴을 보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 그럼 우리 아무리 못살아도 한 삼사십년은 더 살것지?"

어휴~~ 아니 그럼 삼 사십년동안 이 애길 하라는 거여 시방!

 

남편이 그걸 누가 아냐고 그런다. 하긴 우리가 언제 미리 안다는 것이 겨우 내일의 일기예보 정도니까

내가 먼저 뜰지 남편이 먼저 갈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