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근질근질하다.
머리를 감아도 가렵다.
입이 근질근질하면 수다 떨면 그만인데
머리가 가려워서 긁으니 하얀 비듬이 내 어깨에 뚝뚝 떨어진다.
어느 날 딸내미가 내 머리에 흰머리카락이 보인단다.
그리고 하는 말
"엄마도 드디어 늙었어?"
드디어 늙었냐는 말에 어이없다.
늙음을 기다리다 기다리다가 드디어 도착했다는 늙음의 표현이 기막히다.
문득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난다.
흰 머리가 나기전에 머리가 그렇게 가려웠다고 했다.
아! 그랬구나 그래서 그렇게 근질근질 했구나..
이 친군 한 달에 두 번 꼭 염색을 한단다.
안 그러면 백발이 이마부터 하얗게 뒤덮는단다.
내가 보기엔 그냥 하얀 머리를 길러도 멋있게 보일 것 같다고 했더니 펄펄 뛴다.
그러면서 나보고 그랬다.
" 너두 머리를 박박 귺을 거여 이거사?'
진짜 뒷통수도 주변머리도 박박 귺다가 그 친구 말에 허허 웃었다.
딸내미가 흰머리 한 개씩 뽑아주는데 백원 달란다.
그냥 놔두라고 했다.흰머리 다 뽑으면 뭐하나 대머리는 아무나 되는 것도 아니고.
딸에게 한마디 했다.
" 나도 멋있게 늙을거다. 헤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