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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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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흰머리가 난다


BY 천정자 2011-05-18

머리가 근질근질하다.

머리를 감아도 가렵다.

입이 근질근질하면 수다 떨면 그만인데

머리가 가려워서 긁으니 하얀 비듬이 내 어깨에 뚝뚝 떨어진다.

 

어느 날 딸내미가 내 머리에 흰머리카락이 보인단다.

그리고 하는 말

"엄마도 드디어 늙었어?"

드디어 늙었냐는 말에 어이없다.

늙음을 기다리다 기다리다가 드디어 도착했다는 늙음의 표현이 기막히다.

 

문득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난다.

흰 머리가 나기전에 머리가 그렇게 가려웠다고 했다.

아! 그랬구나 그래서 그렇게 근질근질 했구나..

이 친군 한 달에 두 번 꼭 염색을 한단다.

안 그러면 백발이 이마부터 하얗게 뒤덮는단다.

내가 보기엔 그냥  하얀 머리를 길러도 멋있게 보일 것 같다고 했더니 펄펄 뛴다.

그러면서 나보고 그랬다.

" 너두 머리를 박박 귺을 거여 이거사?'

 

진짜 뒷통수도 주변머리도 박박 귺다가 그 친구 말에 허허 웃었다.

딸내미가 흰머리 한 개씩 뽑아주는데 백원 달란다.

그냥 놔두라고 했다.흰머리 다 뽑으면 뭐하나 대머리는 아무나 되는 것도 아니고.

딸에게 한마디 했다.

 

" 나도 멋있게 늙을거다. 헤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