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기동창인 친구가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어쩐 일이냐고 니가 왠일로 전화를 다 했냐고 했더니
전화번호가 바뀌었나 확인하려고 해봤단다.
요즘 이런 전화 많이 받는다.
전화통화만 하지 말고 얼굴 좀 보잔단다.
전화수다도 짧다고 난리들이다.
그래서 날을 잡고 연락을 받아서 나갔더니
한 친구의 눈이 엄청 커졌다.
본인 말로는 눈꺼풀이 자꾸 쳐져서 눈이 잘 안보이더란다.
결국 큰 맘을 먹고 기백을 들여서 앞으로 트고 뒤로 뭐 어쨌다고 했는데
잘 기억이 안난다. 어휴~~
난 이래서 남의 말도 잘 전하지 못한다. 기억력이 좋아져야 하는데 날이 갈 수록 내가 한 말도 언제 했는지 가물가물하다.적어 놓지 않으면 그런 일이 언제 있었나 정도다.
보기 좋다고 했다. 진짜 친구의 얼굴은 환하게 보였고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서
사는 모습을 보인다고 내가 말했다. 한 친구는 손톱에 뭐가 그리 반짝반빡 매니큐어 발랐냐고 했더니 인조 손톱을 붙였단다.
보기는 좋은데 설겆이 할 땐 좀 불편할 것 같다고 했더니
" 애는 내가 집에서 밥만 해먹고 사는 줄아니?"
무슨소린가 했더니 집에 도우미가 살림을 다한단다. 그러니까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사는 여자란다. 나는 그런 걸 물어 본 적 없는데..
요즘 나보고 뭐하고 노냐? 취미가 뭐냐? 아들은 어느 학교를 갔냐? 하는 일은 비전이 있냐? 없냐? 하다못해 남편이 밤일은 잘하냐? 친구들 질문에 한참 대답이 몰렸다. 무슨 인사청문회도 아닌데..
그렇게 보니 친구들이 제법 중년 부인들 태가 난다. 남편의 지위에 걸맞아 골프를 같이 치러 가는 애길 하는 친구 얼굴을 보고 도저히 실감이 안난다. 그 친구도 나처럼 시골에 살지는 않지만 설사 내가 서울에 살아도 서울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 만큼 이 친구도 진짜 시골사람처럼 생겼다.
아무리 어느 곳 먼나라 해외여행을 갔다 온 여행후기를 듣고 있자니 울 시골동네 단체로 버스타고 나들이 갔다 온 얼굴을 보는 것 같아 나도 그냥 히히대고 그렇기도 하겠다 싶었다. 그러는 이친구가 갑자기 나보고 그런다.
" 야 니도 애처럼 눈도 키우고 광대뼈도 좀 손을 보변 이쁠텐데?"
듣고 보니 그 말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평생 이쁘다는 소리 들어도 소원 없다는 여자가 몇이나 될까? 세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 얼굴의 컨셉은 촌티가 줄줄 나는 게 딱이다 싶다고 했더니 모두들 박장대소다.
이 나이에 뭘 고친들 나이 속여 어떤 남자에게 두 번 시집 갈 일도 없을테고, 남편이 갑자기 나를 겁나게 이뻐 해 줄리는 만무하고, 되레 돈만 엄청 잡아 먹었다고 툴툴댈지 모른다.
누구처럼 턱관절 수술하다가 턱이 빠져 잘 먹지 못하는 애기가 생각이 난다.
나야 그런 저런 장애는 애시당초 없으니 날 낳아주신 부모님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백 번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인데.
그렇게 집에 돌아오니 울 딸이 그런다.
" 엄마 나 점 좀 빼게 돈 좀 많이 벌어 와?"
"뭐?"
밖에서나 안에서나 그 성형수술 타령이다.
울 딸은 앞으로 절대 나에게 나를 닮아서 고맙다고 절도 한 번 안 할 것 같다.
그렇다고 돈이 많냐? 이쁘기나 하냐? 게다가 울 딸은 자신이 뚱뚱하다고 알고 있다.
내가 보긴엔 딱 좋구먼.
돈을 많이 벌면 우선 내 촌스런 얼굴을 어떻게 고칠까. 해도 해도 끝이 없을 욕심이다.
울 딸 얼굴 가운데 낮은 코에 점점 박힌 주근깨는 견적이 꽤 많이 나올텐데.
딸에게 확실하게 대답을 안하면 두고 두고 나를 졸라대고 칭얼 거릴테니
나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야 하는데, 지금은 돈이 없으니 못한다고 하면 그럼 언제 돈 많이 벌건데 이렇게 물을 것이고, 나중에 하자고 하면 언제 할 건데 손가락 걸고 약속하라고 그리고 싸인하라고 할텐데.
진짜 어디로 돈 좀 많이 벌러 가야 되나보다.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