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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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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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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까유?


BY 천정자 2011-03-22

" 내 이마가 따금거리는데 아무래도 오늘 죽을 것 같어?"
이쁜 치매에 걸리신 이 분은 올 해 만으로 93세이시다.

내가 출근 하면 얼른 사무실에 오셔서
오늘은 머리가 아프시다, 또 다른날은 배가 아프다. 변비약을 달라고
늘 다른 이유를 들고 오시는 어르신이 매번 다른 곳이 아프다고 나에게 오지만
우린 늘 다른 이유보다 늘 똑같은 내용을 듣고 매번 다르게 대답해야 한다.

나 얼마나 더 살 것 같아?
이 질문엔 나의 대답은 한결 같다.
" 그건 내일 가 봐야 알것는디유?"

아 글쎄 나 아퍼서 오늘 죽겄당께?
이 질문에 나의 대답은 또 늘 같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아무래도 오늘은 아닌디유~~!"

여긴 요양원이다. 그래서 촉탁의사가 한 분 있는데 이 분은 일주일에 단 한 번 오신다. 그래선가 우리 환자들은 나를 찾아 다닌다.
"의사선상님~~ 애구 애구 어디있어유~~'  

나를 의사도 아닌 의사선상님이라고 찾아 다니시는 이유는
나한테 한 대 두둘겨 맞기위해서다. 주사 한 방이 아닌 내 주먹으로 엉덩이며 머리며
톡툭 치면 그렇게 아프면서도 시원하단다. 남들이 보면 무슨 조직의 똘마니가 행동대원으로 착각을 하겠지만 말이다.

중요한 건 내가 쉬는 날이다. 우리 요양원은 너무 심한 치매가 아닌 이상은 손전화를 사용하시는 분이 몇 분 계시다. 이 분이 내가 안보이면 전화를 하신다.
' 아니  왜 오늘 안 나온겨?"
다짜고짜 내가 안들리까 봐 소리를 지르신다.
' 오늘 쉬어야 낼 또 출근하지유?" 내 대답에
울 할머니 그러신다.
그랴 그랴  푹 쉬고 낼 꼭 나와요? 잉!

매일 나를 봐도 누구여? 당신 누구여? 이러시는 분이 잠깐 정신이 도시면
" 아이구 꿈에 떡 먹듯이 오니께 내가 기억을 못하는 겨!"
헤헤..요즘 내가 이 어르신한테 말을 새로 배운다.
꿈에 떡을 먹고 싶다고 해도 마음대로 잘 꿔지지 않는 것처럼  
누구냐고 매번 물어보는 것보다 훨씬 더 좋으련만, 아침다르고 매번 시간마다 다른 오늘의 날씨보다 더 예측불허인 어르신들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저렇게 어느날 갑자기 함꺼번에 늙으신 분은 한 분도 없다.
모두 한 때 나름 인생을 갖고 부모와 결혼을 하셨으면 아들 딸미며 몇몇의 가족을 거느리시다가 여기까지 온 그 보이지 않는 과정을 하루하루 다 살고 오신 분들이기에 허투루 대 할 수가 없었다.

나도 스므살 무렵 나이 마흔만 넘으면 주름살 자글자글하고 허리가 휘어 죽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에 마흔이 뭐야 한참을 넘어도 아직 젊은 사람으로 살고 있으니...

오늘도 또 어르신들이 나에게 묻는다.
아무래도 오늘 뭔 일이 날 것 같어?
눈에 걱정이 많이 쌓여  늘 초조하신 모습으로 나에게 그런다.

그럴 땐 나도 준비해 둔 대답이 있다.
' 아이구 어르신 아무래도 오늘은 잘 사실 것 같아유.."

아침마다 소화불량 치매에 걸리신 분은 나에게 그런다.
" 아! 배가 터질 것 같어? 어떻게 좀 해봐?"
내가 이 분한테 정말 할 수 없이 한 유머를 써먹었다.
" 아! 예..혹시 어르신 배가 터지면 제가 얼른 119에 신고해드릴께유.."
그러면 나하고 꼭 약속을 하란다. 119에 얼른 신고하라고 신신당부하신다.

약이라면 진짜약도 줄 수 있지만, 이상하게 진짜약보다 그냥 말을 들어주는 것이 약처럼 효능을 본 적이 많다. 마음이 서로 안심이 되고 그로 인해서 말없는 소통이 되는 것이 어떤 신약보다 더 좋은 효과를 발휘했다.

매 번 날마다 오는 하루는 오늘이다.
오늘처럼 이렇게 찬란한 하루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올 지 안올지 모른다.
얼마전에 일본에 지진과 쓰나미로 흽슬고 간 그 많은 사람들을 보면 우린 한 치의 앞을 안다기 보다 그저 오는 시간에 늘 고맙고 늘 새롭게 만난다.

오늘 참 좋은 하루입니다. 참 고맙습니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