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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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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대화


BY 천정자 2011-02-09

서울 외갓집에서 먹고 자고 알바를 해서 돈벌어 온다는 아들이 진짜 돈 발어서 내려왔다.

아들은 자기가 생각해도 대단한 큰 일을 하고 온 것처럼 금의환향 한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이 아들 옆에 찰싹 붙어 앉더니

" 야! 돈 벌어 왔으면 아빠 담배 한 보루는 일단 선물로 챙겨야 되는겨!"

이 말을 들은 아들은 

" 아빠 한 보루는 안되고 한 갑은 내가 사드릴께!"

 

남편은 내가 그동안 너를 키우느라 뼈 빠지게 농사짓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겨우 담배 한 갑으로 어물쩍 넘기냐며 에라이 이 눔아 너 그렇게 세상 사는 거 아니라고 일장훈계를 한다. 그 말 들은 아들 또 한마디 한다.

 

" 아빠 ! 돈 벌기가 얼마나 힘든데 담뱃값이 넘 비싸거든?" 

 

남편은  또 아들 옆에 붙어서 다른 애길 한다.

 

" 야 그럼 나 오만원만 줘라? '

아들 눈이 휘둥그래해지더니

" 담배 두 보루 살려구?"

" 아니~~ 곗돈 내려구 임마 줄 겨 안 줄겨?"

아들은 우물쭈물이다. 아까운 담배값도 아니고 곗돈 내야 한다고 하니 안 줄 수도 없는 눈치고 또 안주자니 남편의 일장훈계는 하루종일 떠들어 댈테니까 이리저리 눈치만 본다.

 

뒷주머니에서 까만 지갑을 꺼내더니 신사임당이 새겨진 빳빳한 오만원을 주면서

" 아빠 ! 그 계모임 친목계여?"

" 그랴..니 장가 갈 때 부주금 엄청 줄텐디.."

 

아들이 그 후로 아무말도 안한다.

조금 후에 남편과 나와 단 둘만 남았다.

" 자기야 계모임은 있긴 있는겨?"

" 아! 저 눔한텐 있다구 혀!"

남편은  눈빛으로 나랑 공모하자는 눈치다.

왜그랬냐고 묻지도 못했다.

그랬다간 나도 한소리 먹을테고,

아들이 건너방 갔다오더니 남편에게 그런다.

 

" 아빠 돈 벌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알어?"

남편이 그 소리에 또 한소리 한다.

" 야 이눔아 다음부터 담배 한보루가 더 싸다아 긍께 담배 사 와 ?"

아들이 이젠 아빠 옆에 붙어서 그런다.

" 그랴.."

 

이제 보니 울 아들 이젠 아빠보다 키가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