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장만하기 전까지 거의 극빈자처럼 살았다.
버는 돈도 내돈이 아닌 것처럼 꼭 필요한 경조사비 외에는 안쓰고 가족 외식도 일년에 네번 식구들 생일기념으로 먹었는데 그것도 기껏해야 이마트 푸드코트에 가는 정도였다.
배달음식은 시켜먹어본 적이 거의 없었고 햄버거는 해로운 음식이라고 일년에 두어번 정도 사먹이거나 그마저 몇년 안 사먹고 넘어간 적도 있었다.
치킨은 일년에 한두번 근처 치킨집에서 사다먹었다.
대형마트에 네식구가 가도 과자나 음료수는 아예 안사고 켈로그도 업소용으로 사서 먹였다.
아이들이 소풍이나 가야 음료수 한병과 과자 두어봉지를 배낭에 넣어갔다.
그러니 소면가락을 과자처럼 먹기도 했다.
수박은 근처에 사는 동생네가 나눠주면 먹거나 한여름에 노점상에서 싸게 팔면 사먹던 과일이었다.
그것도 껍질은 노각처럼 반찬으로 만들어 먹었다.
이사를 와서 음식물쓰레기 비용 아깝다고 단감도 껍질째 먹고 거의 모든 식재료를 껍질까지 다먹다보니 첫달에 음식물쓰레기비용이 70원 나왔고 그 다음달은 김장하느라 220원 나왔다.
지난달은 50원 나왔다.
아마도 우리 아파트에서 관리비 적게 내는 것으로 하면 순위권에 들 것이다.
올해는 5월 초부터 수박 좋아하는 아들이 아이스크림 대신 먹으라고 노브렌드에서 수박을 사먹기 시작해서 벌써 다섯통이나 사먹었다. 수박 사서 오는 길에 코다리냉면도 사먹고 왔다.
그동안 수박껍질을 반찬으로 만들기도 귀찮아서 베란다에서 말려서 일반쓰레기로 버렸는데 어제는 애들아빠가 초파리 생긴다고 그냥 음식물쓰레기로 버리라고 했다. 한통의 껍데기무게가 2.5kg이나 나갔지만 시원하게 버렸다.
요즘은 장보기할 때도 같은 종류면 좀더 비싼 것으로 사먹는다. 특히 과일의 경우는 더 그렇다. 외식도 자주하고 쿠팡으로 별걸 다 주문하면서 편하게 산다.
내삶이 이렇게 변할 줄이야.
어떤 명리학자가 노년에는 내삶이 확 바뀐다고 했었는데 그게 현실이 되었다.
이제는 그동안 못해본 버킷리스트를 실현하면서 살아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