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하는 드라마보면 거진 다 삼각관계니 법이 아닌 불법을 저지르는 내용이 아니면 사실 재미가 없다. 그렇다고 그런 걸 즐겨 보는 체질도 아니다.
대개보면 결말은 권선징악이니까 .
남편은 드라마광이다. 마니아도 아니고 어찌 된 일인지 우리집은 아홉시 땡하면
나 졸려 눈이 게슴츠레해지는 마누라가 옆에 있고, 뉴스보다도 오늘 그 다음 줄거리가 어떻게 될까 궁금해서 남편은 처음부터 리모콘들고 절대 안준다.
나 태어나기 전부터 방영했던 전혀 듣도 보도 못하던 연속극 제목도 절대 잊어먹지않는데, 어찌 된일인지 한 번 주인공이면 그 주인공 이름을 갖다 부치기도 잘한다. 나야 드라마 전혀 문외한이다. 오죽했으면 울 아들 하는 말
" 아무리 유명한 탤런트가 엄마 옆에 지나가도 전혀 모를 거여?"
길거리에서 우연히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데 도무지 나는 이 사람을 어디서 봣더라?
몇 칠 동안 잠 잘다가도 한 밤 중에 문득 깨어나서 그제야 생각나는 건 이건 또 무슨 병에
걸린듯 싶은데, 내가 언제 그 많은 연예인들 이름에 얼굴까지 외워두나.
오랜만에 저녁에 오붓하게 남편하고 같이 드라마를 봤다.
"왠일이여? 드라마를 다 보고 엉?"
그런데 극중에 여자가 늘 쫒긴다. 과거에 남자가 한 호텔에서 근무하는데 늘 종종대고 애간장이 타는 게 훤히 보인다. 남편이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건다.
" 니는 과거 없지?"
" 자다가 봉창 두두린다고 하더니 왠 나의 과거가 거기서 덜컥 등장하냐? 시방 ?
울엄마가 그랬어 니는 얼굴이 못생겨서 다행이라더라. 근디 울 엄마도 참 어떻게 그런 말을 대놓고 했는지 몰라?"
남편도 내 애기에 황당한 표정이다.
" 그러는 자기는 과거에 여자 있었어?"
남편 대답 대신 피식 웃었다.
"으잉? 있었구먼..그래도 내가 잘 데리고 살께 사람 살다보면 그런 일 저런 일 다 생기는 법이여?"
" 뭐? 니 지금 내가 할 말을 니가 왜 하냐?"
" 우헤헤..근디 그 여자 이름이 뭐여?"
남편 좀 뚱하게 대답한다.
" 윤정희!"
어디서 많이 들은 것 같다고 했다.
아이그그 이 여편네여 유명한 여배우 이름도 모르는 맹추란다.
하긴 내가 그걸 기억하면 지금보다 더 똘똘해질텐데.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