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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포에 팔아 먹은 금반지


BY 천정자 2010-12-06

아무래도 건망증이 더 심해지기 전에, 더 나이들기 전에 옛날 기록들을 하나 하나 들춰다보니까

나에겐 아들낳고 딸 낳아서 기르다가 이리 저리 부대끼며  살던 세월이 가장 애틋하다.

그 땐 지지리 궁상 맞고 징징거리며 누군 어떻게 잘 사는지 못 사는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았으면서 나 만큼 힘들게 사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단정을 지었다.

 

생활비가 없다고 징징대어도 이상하게 지갑안엔 좀체 돈이 들어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더 많았다.애들이 어려 선 가장 많이 나가는 주식인 분유값이 사실 양으로 쌀 한 말보다 더 비쌌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그 당시 궁여지책으로 일찍감치 밥을 많이 먹이면 이유식은 따로 필요 하지 않을까 이런 의도로 분유도 이유식도 제대로 못 먹였다.  

 

먹는 것은 그렇게 대충 그럭저럭 넘겼지만, 한 달에 한 번 내야하는 방세나 전깃세는 날짜도 밀리는 것처럼 거기에다 연체료까지 붙어 몇 칠 후엔 전기를 끊겠다는 통고문이 노락색 딱지여서 가을이 아니면 멀리서도 푸른 대문에 구겨져 끼인 우체통을 보면 가슴이 그냥 철렁 내려 앉아었다.

가을이면 옆 집 오래 된 은행나무에 붙은 노란 잎에도 경기가 날 정도였으니까.

 

처음엔 그렇게 콩당콩당 뛰는 가슴이 어느정도 거기에 익숙하니까 어지간한 놀람과 충격도

자꾸 맞은 권투선수처럼 맷집만 늘어나더니, 사는 방법 중에 없어서 못 살거나, 아니면 없으면

거기에 맞춰보든가 나름 분수도 내 마음데로 계산하는 것을 익혔다.

 

될 수 있슴  남에게 외상이나 주는 것을 날짜 못 지키면 애당초 거래 하지 않기나, 처음부터 그런 생활은 나에게 격이 맞지 않다고 했었다. 그래도 이상하게 산다는 것이 어디 내 마음대로 진행이 착착 되면 정말 재미없을 것 같은가 예기치 않게 딸 아이가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병이라는 것은 온통 그 병에만 집착하게 하는 강한 힘을 휘두르니, 아무리 내가 용쓰는 재주가 난다긴대 해도 감당이 안 되는 일은 반드시 생기더라는 공식이 이루어진 셈이다.

 

아이가 아플무렵이 결혼한지 칠 년이 넘어갈 무렵이니까, 그 때까지 내 오른쪽 약지 손가락에 다섯 돈의 결혼 반지와 열 돈이나 되는 금 목걸이가 걸쳐져 있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팔 수 없는 그 결혼기념품을  어느 겨울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나도 참 그 반지와 목걸이를 판 금은방에 가서 되 팔으려 고 갔는데, 산 값에 못 준단다. 다시 그 걸 들고 주머니에 넣고 우산 없이 거리를 쏘다니다가 우연히 전당포가 보이는 것이다.

 

생전 전당포에 갈 일이 없을 것 같더니, 어쩌다가 여기까지 간 걸까 몇 번은 문 앞에 들어갈까 말까 한 참 머뭇거렸는데, 그래 나중에 돈 벌어서 다시 찾으러 와도 되는 곳이 아니냐? 아무래도 팔아 치워버리면 다시 못 찾는 금은방 보다 여기에선 돈만 갚으면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다다르자 미련없이 전당포에 그 금을 맡겨 버렸다. 그러나 그건 다시는 되 찾아오지 못 했다. 그 때 차라리 금은방에 깔끔하게 팔아버렸다면, 다시 되 찾겠다는 미련은 꿈꾸지 않앗을텐데 말이다.

 

그렇게 전당포에 맡긴 댓가로 그 돈은 한 달 도 못되어서 다 써버리고 말았다. 적어도 그 당시엔 희망이라는 것은   딴 거 다 필요 없고, 돈 많이 버냐 못 버냐 그런 거 말고 오늘 현상유지라도 하면 아이구 하나님 참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를 했을 만큼 더욱 절박했던 것은 누구에게 더 이상 빼앗 길 것도 없을 빈털터리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였다. 산다는 자유도 나도 모르게 내 목숨 사냐 죽냐 결정하는 것을 매일 미루고 연기하는 것이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가장 개인적이고 사소롭고 누구에게 전혀 영향을 미친다거나 그렇지 못한 경험을 기억해서 뭐 좋을 것이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종이 접듯이 접어 버린 이 과거사들이 오늘 새삼스럽게 나에게 무슨 뜻인지 모를 뜻으로 시간 건널목을 건너 보라는 메시지가 된 것이다. 이 당시 내가 우연히 읽은 책 한권이 있다. 2010년 12월 5일 별세하신 대화의 저자 리 영희님이 쓴 책이다.

 

애 낳고 돈 없어 빌빌 거리고 생활비에 늘 쫒겨 결혼 반지까지 팔아 먹은 어떤 여자가 우연히  책이 눈에 들어 온 다는 것은 나도 어지간히 절박한 심정이었으리라. 어쩌면 상황 탈출하려는 돌파구였을 지도 모르겠고.

그 당시 그  왠 뚱딴지 같은 정치 경제 사회인문학등 언론인들을 신랄하게 비평한 그 책을 통해 나도 모르게 대리만족을 얻어 그 바람에 그래 내가 이렇게 힘든 것은 역사적인 상황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한거야 핑계아닌 변명도 하게 끔 엉뚱한 세상을 만나게 된 것이다.

 

적어도 아직 여긴 좌파와 우파가 정확하게 존재하는 나라고, 아직 보수파네 그 외 다른파를 갈라놓은 패싸움에 끼지 못한 것을 우습게 생각하게 하는 편협된 사고가 난무하는 지금에 보면 그 당시 내가 금반지 팔아먹을 때나 별반 달라진 것은 없고, 스마트한 세상이 빨리 오라고 손에 쥐고 다니는 IT시대인 것은 확실하니 내가 내 블로그에 글을 주절주절 떠들어 댈 지 전혀 상상 못 한 것만 확실하다. 누구와 더불어 같이 산다는 것은 그 사람들의 취향이나 각각 다른 생각들을 비판하거나 틀리다고 지적을 하는 권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권불십년이라는 말이 있듯이 길게 가는 그만큼 유지가 힘들다는 것이다.바라는 것이 있다면 누구 땜에 싸워서 대신 죽어주는 일만 아니면 좋겠다

 

한 사람의 생각과 인생을 뒤바뀌어 놓게 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힘이다. 그러니 나도 또한 그 힘에 저절로 이끌리다시피 살다가 지금까지 지내다보니 그 때 팔은 금반지 못 찾았다고 서글프거나 슬픈 생각보다 사람으로서 살다보니 나도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었다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 용기가 난 것이다.

 

그런데 요즘 그 금반지가 생각이 난다. 지금은 얼마든지 다시 살 수도 있으니 선택은 날만 잡으면 멋진 금은방에 가서 모델을 고르고 맞추어도 되는데도 안간다. 그 동안 특뱔하게 금반지가 없어서 불편한 적이 없었다. 다만 남편에게 조금 미안할 뿐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선물을 할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