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 시장가서 개 줄을 좀 사와라? 또 딴데 빠져서 잊어먹지 말고?"
왠 개줄을 사오냐고 한 번도 묻지 않고 나는 시장에 갔다.
시장 다 와서 차를 주차시키면서 아차차! 개줄을 어디서 팔더라?
일단 시장 입구부터 주욱 나열된 간판들을 보니 맨 무슨 상회에 식당에 신발가게가 즐비하지만 개줄을 판다는 간판도 보이지도 않고, 이 동네에 오래 살다보니 아는 사람 얼굴을 한 분 두 분 뵈니 인사를 주고 받다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내 볼 일 다보고 집에 돌아오는데.
뭐가 빠진 이 느낌은 분명히 뭐가 있긴 있었는데 그게 뭐였더라?
아무튼 울 집 마당에 들어서면 늠름하게 떡 버티고 앉아 있는 복순이를 봐도 복순이가 나를 보면 짖는 목소리가 좀 특이하지만 그래도 난 뭐를 빠뜨리고 온 줄 전혀 몰랐다.
저녁 나절이 다 되서 전화가 왔다.
" 니 개줄 사왔나?" 어이쿠! 그게 그거 였네 그 개줄이 그렇게 기억이 안나나..
" 저기 자기야 개줄은 어디서 팔어?" 남편이 또 버럭 성질낸다.
니 나이가 몇이나 되냐? 부터 시작하여 복순이 목에 붙어 있는 줄이 낡아서 또 끊어지면
이젠 뒷 집 토끼뿐만 아니라 온 동네 휘젖고 다니면 니가 책임 질거냐며 소리를 전화에 대고 고래고래 지르는데 그 개줄은 어디서 파는 거라고 알려주지도 않고 그냥 뚜뚜뚜!
나는 또 그렇게 차를 끌고 시장에 가면서 개줄을 꼭 사야한다. 개줄개줄개줄..
입으로는 개줄개줄 했지만, 개 밥을 파는 사료를 파는데 가서 혹시 개줄도 팔아요? 했더니
한 할아버지가 나를 한심하다듯이 위 아래 쳐다 보더니
" 여긴 사료파는 가게인디유?"
누가 그걸 모르냐고요...또 물어 보려다가 나를 한 참 뭔가 부족한 여자로 본 것 같아
또 못물어보고 머뭇머뭇 두리번 두리번 하는데 또 남편한테 전화가 왔다.
" 니 지금 어디여?" 남편은 무슨 전화매너가 다짜고짜다.
" 나 지금 개줄 사러 시장에 왔는디?"
" 그냥 철물점에 가서 무조건 개 목사리 달라고 혀? 알았지? 어?"
아 ! 그렇구나 철물점에서 파는구나..
나는 시장 입구에 몇 개의 철물점앞에 개줄이 그렇게 많은 것은 처음 봤다.
이런 걸 모르고 괜히 사료가게까지 갔네.
" 아저씨? 개목사리 한 개 주세요?"
" 예? 그런 거 없는데요?"
이게 무슨 소리여? 저기 저렇게 주렁 주렁 매달린 거 다 뭐냐고. 내가 손으로 가르치면서
개 목사리 하나 달라고 하니까 그 아저씨 막 웃는다.
" 아니 아줌마! 그건 개 목걸이고, 그 목걸이를 거는 것이 개줄인디, 개 목사리는 또 뭐예유?"
뭐가 이리도 복잡한거여. 개목사리는 개를 목 조를때 쓰는 건가? 이거 혹시 울 복순이를 잡으려고 날 심부름 시킨 건가 별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이번엔 내가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 개 목사리는 없대? 개줄은 있고. 뭐를 사가면 되는 겨?'
" 으이그 ! 주인 좀 바꿔 봐?"
주인이 네 네 몇 번 하더니 큼직한 것을 긴 작대기로 걸쳐 내리니 구멍이 크게 몇 개 난 것
꼭 무슨 가죽벨트처럼 생겨서 그런것을 나에게 준다.
" 아저씨 이게 개 목사리예요?"
" 아니요 이게 개줄입니다"
그럼 용도는 하나 이름은 두 개인가 나를 별게 다 헷갈리게 한다.
" 그럼 저기 저렇게 쇠고리들 치렁치렁 늘어진 거 뭐예요?'
" 개 목걸입니다!"
나는 그게 개 목사리인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