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알바하고 싶어?"
" 엉? 누가 너보고 돈 벌어 오래?"
고등학교에 진학한 딸은 전혀 공부엔 관심이 없고 1학기 내내
보채고 조르더니 여름 방학 때 해본다고 몇 군데를 알아보니 모두 퇴짜를 맞은 거다. 고 2가 되면 오라고 하는데도 있고, 부모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서 부모님 전화번호를 물어 보는 곳도 있었단다.
사는 집은 한참 떨어진 시골이고, 학교는 시내에 큰 학교에 다니는데
학교 근처에 먹자골목이 제법 많아서 같은 반 애들은 알바를 해서 돈을 발고
그 돈을 쓰니까 딸의 생각에도 돈을 벌어 부족함 없이 용돈을 쓰고 싶었나 보다. 하란다고 하고 싶어도 누가 어디서 알바를 써 줄지 그것도 걱정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나에게 그러네.
" 엄마1 나 알바자리 구했다아!"
" 뭐? 어떻게 구한 거여?"
친구 셋이서 학교 끝나고 구직신문을 들고 학교 근처에 되든 안 되든 무조건 찾아 다녔단다 . 몇 시간을 걸어서 그것도 요즘 얼마나 더웠는데, 하긴 알바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 더운 것은 문제가 안될테고, 함꺼번에 셋이나 되는 여학생을 알바로 쓰는 곳이라면 아마 큰 식당일텐데 .
"어느 식당인데 어디에 있는거여?
" 엄마! 그건 왜 물어?"
" 아니 당연히 묻는 거지? 울 딸이 처음 알바하는 곳이 어딘가 엄마가 묻는 게 이상해?'
딸의 대답은 알려 줄 수 없단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혹시 엄마도 다른 엄마차람 알바하는 곳에 찾아와 항의를 할까봐 알려주고 싶지 않단다. 그 말 들으니 더욱 궁금해진다. 이거 혹시 술집? 아님 뭐여? 그렇지 않고서야 딸 알바하는 곳에 가서
항의나 이의 제기나 그런 것을 괜히 하냐 싶었다.
" 니 그럼 알바 하는 곳이 학교 근처냐?"
" 응"
" 밥팔고 고기 팔고 그런데냐?"
" 응"
이거 참 더 이상 못 물어 보겠다. 생각 같아선 얼른 그 식당 이름 대라고 호통 치고 싶은데. 당연히 그건 애가 기죽을테고 이 눔의 지지배를 어떻게 구슬려서 자백을 받아야 하는데,
"근데 엄마! 시간당 4000원이면 월급이 얼마나 되는 거여?"
하이구. 지금도 이 딸은 더하기, 나누기 빼기가 어렵고 천상 분수 모르는 푼수인데 알바를 해도 내가 대신 돈 받으러 가게 생겼다.
"하루 몇 시간 알바인데?" 내가 그렇게 물으니
" 그 때 그 때 틀리데?" 딸은 대답한다.
" 뭐? 그런 식당이 다 있어?" 나도 모르게 고성방가다.
" 식당 맞다니깐? 가만히 있어 봐?"
얼른 핸드폰을 들고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 야! 울 알바하는 식당 이름이 뭐더라? 너 아냐?"
" 그 딴 거가 뭐가 중요해? 일만 하고 돈만 잘 받오면 되지!"
핸드폰의 통회키가 높아 내가 옆에 있어도 다 들린다. 딸도 그런다.
"그렇치! 나도 일하고 돈만 잘 받으면 되는데, 울 엄마가 자꾸 그 식당 이름을 물어?"
" 아 몰라 몰라! 현정이 한테 물어 봐봐?" 그리곤 뚝 끊는다.
아무리 그동안 알바를 구하지 못 해 종종 댔지만 자신이 일하는 식당 간판은 봤을 거 아니냐고 나도 한 소리 했는데, 울 딸은 그렇다 치고 울 딸 친구들도 참 어지간하다.
" 야 니 친구들도 그 식당이름을 모른다냐?"
" 엄마는 그게 뭐 중요해? "
아휴! 이걸 내 딸이라고 확 한대 쥐어 팰 수도 없고.
"얼른 현정이 한테 잔화 해봐? 개는 알 거 아녀? 같이 갔으니까?"
딸이 전화를 해도 현정이가 안 받는다고 식당이름 알려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조금 후에 답장이 왔다.
" 기억이 안난다. 내일 또 가 보자?"
오늘 거길 울 딸이랑 친구들하고 갔다온다고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