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졸업하고 뭐하고 살어?"
울 아들이 뜬금없이 나를 보고 대뜸 묻는 질문이다.
고 3인데, 대학만 들어가면 다 만사오케인 지금은 아닌 것을 아나.
지두 다 생각이 있디고 머리를 재더만
두루두루 알아보지 않아도 도처에 깔린 대입재수생보다 더 흔한 취업재수생이
더 많은 시대라나.
그래 울 아들 고등학교 졸업하면 뭐하고 살까?
한 참 나의 금쪽같은 아들을 날려고 한 이십여년 지난 그 놈 낳을 때
나는 배만 아프고 진통은 시작 된지 12시간이 지나도록
도무지 애가 돌 생각은 안하고 의자에 앉아 있는 것처럼 있었으니.
산부인과 의사가 고개를 갸웃갸웃 몇 번 내진을 하시더니
울 남편을 따로 부르더란다.
의사를 만나고 돌아 온 남편 말이
" 엑스레이를 한 번 찍어 보라네 의사선생님이?"
" 아니 애를 낳는데 왠 엑스레이를 찍으래? 그럼 전에 말하던가?"
나도 배는 아프고 오랜 시간 진통에 시달려 의사가 하라는대로 해야지
그렇게 사진을 촬영해보니
세상에나 내가 골반이 벌어지지 않는다라는 통뼈란다.
골반이 벌어져야 애를 순풍순풍 잘 낳는 여자인디 나는 그 정반대이고,
그러니까 옛날이면 애낳다가 죽은 여자가 될 수도 있고
울 아들은 세상에 나오지 못 할 뻔했다.
곧 바로 수술실에 들어가 제왕절개로 낳은 그 아들이
벌써 열 아홉이라니. 하긴 이젠 키도 남편 키를 넘어간다.
내 나이는 생각 안하고 아들만 나이 먹은 것을 계산하니 이 시간이 그 시간이 아니다.
너무 빨리 흘러 그 떡애기가 뻥튀기처럼 불어나서
엄마! 나 졸업하면 뭐해먹고 사냐구 묻는 지금까지
나는 여태 뭐했나 싶고 참 기막히다.
오늘 남편의 얼굴을 보니 참 주름살도 나이 만큼 많이 생겼다.
철딱서니도 없고 성질은 급한데 하는 짓은 게을러서 굼뜬 마누라 먹여 살리느라
늙은 줄도 모르고 나도 같이 살았다.
이젠 아들도 어느 날 다 컷다고 돈을 벌러 가든
결혼을 하든, 무엇을 하든 우리 부부와 같이 지낼 시간도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나저나 울 아들 질문에 대답을 하긴 해야 하는디..
내 주제도 없는디. 뭐하며 먹고 살라고 하긴 해야 되겄는디.
나 원 참..할 말이 없네. 이거 참..우짜면 좋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