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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와 다짐


BY 천정자 2010-04-05

아이패드가 오늘부터 시판된단다.

노트북보다 작고 넷북인가 뭔가 보다 얇고 그렇다나

흠이라면 전화나 유에스비가 연결 안된다는 것인데

인터넷도 잘 되고 그러니까 휴대용으로  인터넷접속하여 전자책도 보고

편리하게 길거리에서도 검색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울 아들이 이걸 보더니  우리집에서 사용하면 딱이란다.

아직 우리집에 컴퓨터가 없다.

언젠가 나의 작가방에 써 놓은 적 있었는데

지금도 없다. 이 피씨가 집에 없으니 불편한 것은 딱 한가지가 있다.

내가 사무실에 나오지 않은 이상 피씨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 외에

좋은 점은 여러가지다.

 

우선 집에서 푸욱 쉴 수가 있다.

집안에 간단한 전자제품은 오로지 라디오 하나다.

이 라디오도 사연이 있다.

내 라디오가 드디어 사망하셨다고 어느 카페에 글을 올렸더니

세상에나 나의 집주소를 물어보시고는 택배로 날아 온 것이다.작고 앙증맞게 생겼는데

울 딸이 안테나를 댕겅 분질러 버려 라디오가 안나올까 걱정했었는데

놀토에 온 아들이 어디서 긴 철사를 주워와 꽂으니 음감이 기가 막히게 잘 나온다. 

그나마 라디오를 끄면 뒷뜰에 사는 새들이 떠드는 수다가 들린다.

어쩌면 나는 보이지 않는 새장을 만들어 놓고 가둬놓은 새들의 수다를 듣기 위해서

일부러 잡음같은 라디오나 뭐 그런 것을 방음처리 하듯이 유심히 귀를 열어 놓기도 한다.

 

집전화도 없다.

전화 없이 한 칠년을 살다보니 그냥 그렇게 살아진다.

더군다나 핸드폰이 있는데, 이중 삼중으로 통신요금을 낼 여력도 없다.

 

 

오래 같이 산 가족외에도 고장 난 라디오며 밥이 잘 안되는 밥통이며. 가끔가다가 이상한 소리가 나면서

스르륵 멈추는 세탁기며 여기저기 골골하게 나이먹는 것들이 추가 되는 것을 보고 얼른 저걸 새로운 것으로

확 바꿔 버릴까 생각한 적이 많았다.

 

생각으로는 얼른얼른 후다닥 바꾼다고 굳게 맘을 먹다가도

이상하게 남편이 나보다 더 많이 만진 기계라서, 애들이 몇 번 떨어뜨려도 아직 웽 잘돌아가는 드라이기도 구식이 라고 구박을 하긴 좀 머쓱하다. 고장 나서 못쓰면 그냥 그대로 두고 다시 구입을 하려고 하면 이 굼뜨고 게으른 마누라는

시장 갔다가 정신못차리고 그냥 집으로 돌아오기가 몇 번이다 보니 없어도 대충 그냥 살아 볼만하다.

 

우리집에 아직 김치냉장고도 없다. 냉장고가 작으니 음식을 많이 재어 놓을 수도 없고 무리한 쇼핑도 안하게 되었다.

냉동요리를 해먹으려면 전자렌지가 반드시 필요한데, 우리집엔 전자레인지가 없으니 당연히 해동을 자연해동으로 하게 되고 그 덕에 얼린 냉동 가공식품도 먹지 않게 되었다. 처음엔 조금 불편했었는데 나중에 우연히 건강정보에 들어보니 냉동가공식품이 건강에 해롭게 되는 식품첨가물이 무진장 많단다. 그래선가 냉동피자나 냉동으로 된 페스트푸드들은 비만의 주범이란다.

 

일부러라도 사먹지 말아야 하는 그런 음식을 전자렌지가 없으니 당연히 돈이 덜 들어 간다.

내 방안에 몇 년전에 수명을 달라한 14인치 티브이가 나의 화장대다. 그냥 그 티브이 위에 널빤지를 올려 놓으니

금상첨화다. 울 남편은 처음엔 보기 싫다고 버리라고 몇 번 그러다니 자꾸 봐서 그런가 이젠 별 말이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생활에 일상 속에서 가장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을 목록을 작성하니 몇 가지 안된다.

그럼에도 나는 많은 것을 갖고 있었다고 착각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얼마전에 누군가의 라디오에서 사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제목이

" 다 없어도 그냥 살아요!"

 

그 사연을 듣고 어쩜 나랑 비스므레하게 사시는 분들이 참 많구나 .

진짜 그 수천가지 물건들을 다 갖으라고 줘도 그 때 그 때 버려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반드시 동반한다.

쇼핑중독에 걸리지 않는 이상 집에 같은 물건을 섣불리 사지 않게 되었다.

 

내가 살아보니 내 생활에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그 때 마다 달라지는 상황에 적절한 소비의 선택이었다.

나는 앞으로도 집에 있는 냉장고가 작아 불편하다고 바꿀 용의는 없다. 단지 고장이 나거나 수명을 달리하면

그 만한 냉장고를 다시 구입 할 것이다.

 

아마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좀 불편하게

좀 느리게

좀 천천히

살아 갈 것이다. 앞으로도 쭈욱~~~

 

이자리를 빌어 약속을 하듯이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