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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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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에 떠나셨습니다


BY 천정자 2010-03-15

우리집은 아주 비싼 집이다

특히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은 인적이 드물어지고

지나가는 차도 드문므문 해진다.

그래서 공기가 차차 더욱 맑아진다.

 

비가 갠 아침에 마당에 나가보면

수정구슬이 이리저리 매달리고

어느 금은방에서 몇 캐럿짜리로 번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색으로

나무에 매달려 한 방울 씩 녹아 내린다.

내 손바닥에 받으면 왕관처럼 튕겨나가는 모습이 황홀하다.

 

눈이 많이 온 아침엔 참새들이 이리저리 마당에 발자욱을 찍어댄다.

그렇게 작게 직은 발자욱에 내 발자욱을 옆에 도장을 찍듯이 꾸욱 밟는다.

정말 새발의 피라고 하더니 꼭 나는 소인국에 온 거인이 된 기분이다.

 

몇 칠 전 나는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법정스님의 입적을 듣고 그 스님이

사셨다는 오두막이 떠 올랐다.

혹시 법정스님도 나와같이

나무에 붙은 다이아몬드를 수없이 보았을 것이고

온갖 잡새들이 이 나무 저 나무에  옮겨 다나는 것을 보고

새도 나는 길이 따로 있구나 생각 하셨을 것이다.

오두막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잘모르는 세계를 알고 누구보다 알고 있으시기에

투벙생활 중 오두막에 돌아가고 싶다고 필적으로 말씀하셨단다.

그 마음을 나도 좀 알 것 같다.

 

눈감고  가만히 들으면  새가 우짖는 소리는 멀리서 부는 바람소리처럼

신비하다.

비가 올 때 첫 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는 아주 청아하며 엄숙하다

첫 새벽에 뚝뚝 떨어지는 빗소리는.

후두둑이 아니다.

툭! 투욱! 두드드...

 

하필이면 꽃 피기 전에 법정스님이 떠나셨다.

아마 오두막에서 법정스님은 하루 종일

산에 들에 꽃피는 소리를 듣느라 바쁘셨을 것이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지구위에 사람만 없으면 평화스럽고 조용할 거라고

그런데 좋은 사람들은 이상하게 그렇게 오래 오래 살아달라고 빌어도

훌적 가버리고 요절까지 하신다.  

 

그러나 향기는 기억함으로 오래 오래 간다.

그래서 사람의 향기는 대대손손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