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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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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집에 안들어 오는 겨?


BY 천정자 2010-02-03

' 아니 왜 집에 안들어는 오는 겨?'

남편은 이미 술에 취한 목소리다.

술에 취하면 내 이름만 몇 번을  부른다. 그리고 또 하는 말

헬로우? 헬로우?

이 말을 하는 것보니 이미 소주로 두 세병을 마셨다는 애기다.

 

나는 전화를 끊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

이 십여년 같이 살다보니 남편의 술버릇은 두 가지로 통일되었다

첫번째는 술에 취하면 심한 재채기를 시작한다.

그 다음엔 눈이 흐리멍텅해져 나를 쳐다보는 눈이 반은 감긴다.

그리고 앉아서 코를 골고 잔다.

반은 눈뜨고 코를 골고 자는 남자 나의 남편이라는 것을 알고 기가 막혔다.

친구들 모임에서 술에 취해 잠을 자는 남편을 처음엔 업고 오고 실어 오고 몇 번 하더니

아예 그 집에서 재우고 이른 아침에 해장국을 직접 기가 막히게 끊이는 것을 안 남편 친구들이

이젠 한 번 술자리가 끝나도 잡에 돌려 보내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걸 훤히 아는데  왜 안들어 오냐? 이런 상상으로 고민은 할 필요가 없었다.

분명히 할로우했으니 그 다음은 재채기를 한 열 댓번 하다가 잠에 곯아 떨어질 것임이 틀림 없기에

나도 이부자리 깔고  일찌감치 잠이 들은 것이다.

 

새벽이 네 다섯시 되었나 전화가 왔다.

' 야! 나 붕어 잡았다아?"

자다가 봉창 두둘긴다고 하더니 붕어 잡았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다.

" 왠 붕어를 잡어? 어제 술 먹고 자더니 꿈에서 잡은 거여?"   

 

아니란다. 어제 근처 큰 저수지 언저리 둠벙을 품었단다.

둠벙을 품었다는 것은 일부러 양수기로 물을 퍼내어 그 밑에서 사는 가물치,쏘가리 , 잉어 , 붕어 등등 이루 말 할 수 없는

민물고기를 잡다 잡다 다 못잡고 하도 추워서 다시 친구네집에 돌아 오는 길이란다.

" 내가 너 때문에 붕어만 골라서 잡았다? 니 붕어찜 디게 좋아하잖어?"  

 

그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디게 좋다.

새벽 댓바람부터 붕어찜을 좋아하는 마누라를 위해서 술 취하면 잠에 골아 떨아지는 남편이 잠도 못자고

밤새도록 고생했다는 것이다.

 흐음!

사랑 받는 것은 이런 느낌이 드나보다.

 

전화 끊고 보니 이거 내가 한 번도 붕어찜이나 마나 붕어탕도 끓여 본 적이 없는

먹기만 잘 먹을 줄 아는  마누라인것을 나만큼 남편은 잘 알고 있을텐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사실 붕어보다 그 밑에 깔린 넌줄넌줄한 시래기며 두껍게 깔린 감자를 더 좋아하는데.

얼른 시장가서 감자부터 사러 가야 되겠다.

 

시래기 사면서 물어 봐야지

"붕어찜은 어떻게 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