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중학교 때 국어교과서에 이상의 날개가 실렸을 것이다.
시험보기 위해서 읽은 단편소설이었기에 그 첫 느낌은 이게 뭐야? 였다.
국어시험을 잘 보기 위해선 교과서를 달달 외우라고 했었다.
국어뿐만 아니다. 수학 ,국사 , 영어 등등 모두 암기가 특기가 되었다.
그렇게 외워진 내 생애 첫번째로 읽은 단편소설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면 믿을 수가 있을까.
한 남자의 겨드랑이 사이에 가려워 날개비늘이 돋아나는 것을 왜 이제야 안다고 해도
누가 믿어 줄지 의심이 가지만 , 남이 듣던 안듣던 싫던 좋던 난 할 수없이 그 비늘의 정체를
조금 알음알음으로 더듬어 대는 더듬이가 머리에 뿔처럼 달렸다
어느 시험에도 출제 되지 않았을텐데, 일부러 답을 만들어 네 개의 헷갈리는 답안 작성을 하고 싶기도 한데, 그것도 누가 알아줘야 하던지 하지.
십대에 만난 이상은 첫인상이 개떡 같았다.
먹어도 맛있거나 달콤하거나 전혀 그런 맛이 없는 짜고 떨더름한 맛때문에
나의 입맛에 맞지 않아 죽었는지 살았던지 아무 관계가 없이 평생 모르고 살아도 지장이 없을
내 인생에 느닷없이 날개라는 것이 날아온 돌처럼 머릿속에 푹 박힌 것이다.
일부러 모르고 살아도 아무 탓이 안 될것인데, 어느 시인이 극장에서 영화보다가 죽던, 어느 소설가가 극단적인 글을 쓰다가 권총을 들고 하늘로 향해 총을 쏘든 내가 그들과 무슨 관계가 있었겠냐는 것이다. 난 적어도 그 시간에 모자른 잠을 더 자고, 통장에 잔고나 확인하고 ,시장바구니들고 천원어치 순대를 썰어서 꼬랑지를 베어 간간한 소금을 찍어 홀짝대는 소주 한 잔 맛이나 보고, 적금이나 돈을 언제 큰 돈을 모을 것인가 이런 저런 사는데 쓸데있는 생각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런 판국에 그 남자의 날개가 근지럽던 가렵던 날개가 드디어 튀어나와 비상을 하던지 그런 사실은 하등의 관계가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 내가 겨드랑이 밑, 그러니까 갈빗대사이 사이 늑골을 따라 가려운 것인지 스멀스멀 뭐가 기어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긁어도 별로 시원치 않은 것이 존재하고 있슴을 알았다. 내 몸이 숙주인가? 아니면 날개가 혹시 기생충의 원조 였을까 얼토당토 않은 상상으로 심한 두통도 일어나기도 했었다.
살면서 느끼는 고통은 반드시 진통제 같은 완화제가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부인하지 않으나,
빠른 효과를 기대하고 아프지 않은 무병장수만이 목적인 나에게 엄청 큰 시련이었다.
부도를 맞아 쫄딱 망한 사람에겐 무슨 개뼈다귀 같은 말라 비틀어진 철학이냐고 일축을 충분히 할 것이고, 열심히 먹고 잘 사느라 비만에 걸린 어느 중년부인은 지금 무슨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냐고 웃기는 소리하고 앉아 있네하며 시덥지 않은 눈빛을 던질 것임에도 나는 자꾸 묻고 싶은 것이다.
" 혹시 말예요 밤에 잠자다가 문득 눈을 떴는데 겨드랑이에서 조금 뒤쪽 날개죽지가 막 가려운 적이 있어요?"
나도 참 어지간히 할 일도 없는 숙맥이다. 별 걸 다 묻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