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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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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게이츠가 나보다 더 잘칠까?


BY 천정자 2009-12-23

우리집엔 곤충이 많다.

꼭 곤충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좀 번드름하게 배운 티 좀내고

거미는 거미과라고 하는데 이 거미도 많다. 그리고 가끔가다가 발이 많아 신발을 신지 않은 지네도 스멀스멀 주방에 기어다니는 것을 태연하게 울 딸내미가 손가락으로 이리 뒤집고 저리 뒹굴려 노는 것을 보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냐고?

한 번은 저녁 늦게 돌아와 보니 마룻바닥에 뭔가 긴 게 늘어져 있는 것이다.

뭔가 싶어 자세히 보니 새끼 뱀이다.

나는 또 으악으악 대면서 이거 분명히 고양이가 이런 나쁜 짓거릴 한 거라고  소릴 쳤는데

울 딸이 천연덕스럽게 그런다.

" 엄마! 내가 잡아 죽였어!"

마당에 긴게 돌아 다녀 뭔가 보려고 그냥 한 번 잡아봤단다. 그렇다고 죽이다니

나도 겁이 없다면 없는 축인데 이 딸 나보다 더 하고 정말  심하다.

남편이 돌아오고 난 후 딸을 보더니 조용히 타이른다.

살아있는 생물은 죽이는 것이 아녀? 알았지? 알아 들었나? 이렇게 대답을 듣고 확인했다.

그 후론 딸은 곤충도 뱀도 잡지 않았고 거미도 잡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겨울이다. 분명히 겨울인데 우리 주방에 파리가 아직 잘 살고 있다.

내가 고민하는것은 겨울엔 파리가 없다는 것을 상식으로 잘 알고 있는데

그 철통같은 상식을 뒤업고 엄동설한에 붕붕 잘 날아 다니는 저 파리들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목하 고민을 한 결과,  괜히 약국에 가서 찐득이를 사다 놓았더니 엄한 고양이 발에 붙어 그거 띠다가 털빠진 고양이 몰골보니 그것도 안됐다 싶었다. 지난 여름에 잘 써먹은 선풍기와 함께 잘 모셔 둔 파리채가 퍼뜩 떠올랐다.

누구에게도 피해가 발생되지 않고 무공해로 오로지 파리만 잡으라는 용도로 이름도 "파리채" 누가 지은 건지 지금도 열렬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창고에서 꺼내고 이젠 주방에서 사는 몇 마리의 활동적인 파리만 잡으면 올 겨울은 깨끗하게 위생적으로 보낼 것이다 이렇게 부푼 꿈으로 드디어 주방에 들어가 보니, 얼라? 안 보인다. 그 쌔까맣게 천장에도 몇 마리 붙어 있었는데. 이 파리들이 눈치를 챘나 ?

그래도 포기는 이르다. 혹시 모르니 주방에 있는 식탁에 올려 놓고 가만히 앉아 있어보니 들린다.

한 마리의 날개 움직임은 현재 어느 공군 부대에서 훈련중인 핼리콥터가 마악 이룩할 때 두두두 하는 소리의 한 천분지의 일이다. 나의 오른쪽 귀부터 감지한 위치파악부터 교묘하게 날아 누군가 분명히 목격했다는 유에프오의 수직강하와 전혀 다를 바가 없이 그렇게 날아 내 얼굴을 비켜 식탁에 사뿐이 앉는 것이다. 그런데 파리채와 너무 가까운 거리라서 파리채를 들면 금방 사정거리를 벗어 날 거리다. 아! 그 동안 욱하며 성질 급한 것이 어디가냐고 급한 마음에 손바닥으로 냅다 후려 친다는 것이 파리는 홀랑  직선비행으로 빠지고 내 손바닥은 얼얼하게 열만 벌겋게 났다.  문득 골프는 골프채로 치고 파리는 파리채로 친다는 생각에 나는 파리채를 아예 들고 진드감치 방바닥에 앉아  한 십년 도를 닦는 도사처럼 파리들의 행선지를 눈빛으로 읽기 시작했다.

남들은 이 시간에 뭐할까? 뭐 그런 상상도 했지만, 아마 어느 골프선수는 골프만 잘 치지 괜히 엄한 짓을 해서 한 나라가 들썩들썩하다고 뉴스로 본 적이 있고, 돈 많아 땅 따먹기 게임처럼 공을 잘 쳐 휘익 하수구보다 더 작은 쥐구멍 같은 곳에 한 번에 잘 넣냐 못넣냐? 그런 게임에 푹 빠져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흠!  이까짓 파리 몇 마리 가지고 신경질 내면서 열받은 손바닥 탓만 할 수는 없다고 강력하게 내 귀를 바짝 세웠다. 드디어 또 한 마리 출현했다. 이번에 소리가 잘 안나오다가도 맘을 잘먹으면 틀어지는 고물 라디오 채널 돌리는데에 한 몇 십초를 고정적으로 앉아 있었다. 순간에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듯이 탁 쳤는데 그 때마침 하필이면 울 딸 주방에 들어 온거다.

" 엄마? 지금 곤충 잡는 거지?"

아! 그 때 나는 곤충과인지 파리과인지 이거 분명히 헷갈리는 거다. 과연 타이거우즈는 이럴 때  딸에게 뭐라고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