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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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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어느날에


BY 천정자 2009-12-08

2009년 12월 4일 오전 11시 십분 쯤

나의 핸드폰이 변기통에 풍덩 잠수를 한 날이다.

내 핸드폰 단말기는 남들이 이미 인정한 골동품인데

년식 2005년산이고 친구네 집에 놀러 갔더니 그 집 애견이 안테나를 뜯어 먹다가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고 캐이스도 깨져 금이 갔는데도 오는 전화 잘 들리고 거는 전화

백발 백중이었다.

언젠가 전원이 안 켜져서 서비스센타에 갔더니

" 어휴! 고객님 수리비로 핸드폰을 바꾸시죠?"

나는 갈등을 막 하였다.

그래도 구식인 핸드폰에 나처럼 못생겨 보여도 진짜 정든 것인디

물건 버리듯이 버리지는 못하겠고 한 참후 

" 거 참 뭤땜에 전원이 안 켜지는 지 확인이나 해 줘유?" 했었다.

한 참후 서비스 기사님이 오시더니

" 고객님 충전이 안 되어서 안켜졌네요?"

" 헤헤..어이구 이거 미안해서 어쩐대유?"

참 내 충전 안 된 줄 모르고 서비스를 받으러 갔으니   

" 그런데 이거 길어야 삼 개월 사용하시겠네요'

친절하게 나의 핸드폰에 시한부 사용기간을 결정해서 알려 주었다.

그러니까 그 때가 작년 3월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일년이 지나도 여전히 잘 터지고 잘 걸렸다.

아! 그런데 물하고 전혀 친하지 않은 이 기계가 주인인 나의 실수로 변기통에 잠수를 탔으니

금방 꺼내도 전원이 저절로 꺼지고 화면이 먹통이 된 것이다.

핸드폰이 운명을 하신 것이다.

집에서 총각김치 보내 준다고 나한테 전화 할테고

아들놈이 지통장으로 돈 보내라고 계좌번호 알려 준 것도 있고

다달이 여기저기 돈 보내는 계좌번호도 메모함에 있는데

에구 이럴 줄 알았으면 수첩에 옮겨 놓을 걸.

당장 친구한테 전화해야 돠겠다 싶어 전화번호를 생각하려니 얼씨구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저장번호로 단축번호만 15번만 생각나니 그러고 보니 울 엄마, 남편에 아들에 딸에 전화번호가 전혀 기억이 안난다. 겨우 생각나는 것이 오래 전에 울 친정집 전화번호 그거 하나다.

생각을 다듬어 대리점에 갔더니

번호를 바꾸란다. 그러면 돈도 안내고 신형단말기에 무료통화도 덤으로 준다는데.

다른 것은 다 몰라도 번호를 바꾸려니 이거 난감하다.

상대방 전화번호도 기억을 못하는데 어떻게 일일히 전화변경 했다고 알려주나?

걱정말란다. 단말기를 갖고 서비스쎈타에 가면 저장된 전화번호를 뽑아준단다.

흠 ! 그려..그래서 얼른 서비스쎈터에 달려 갔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도무지 누군지 잘 모르는 아줌마가 나를 아는 척한다. 속으로는 알듯 모를 둣 해도 일단 인사는 하고 난 후 보니 거기도 세탁기에 넣고 뱅뱅 빨았단다. 고쳐질지 

걱정이라는데 신형단말기인데 큰 일 났다고 한다. 내 단말기를 보더니 웃으면서

" 그 핸드폰 바꾸라고 신의 계시가 내린 거예요? 때가 됐으니 이젠 바꾸라고? 우하하하!!" 

난 따라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또 걱정이다.

" 도대체 이 분을 어디서 만난거지?" 말도 못하고 묻지도 못하고 답답한 핸드폰 꺼진 화면과 같은 심정이다.

내 번호표 순서가 되어서 가보니 가능하단다. 그 때 그 시한부 기간을 결정한 기사다.

" 아니! 이걸 여태 쓰셨어요?"

" 예! 어제 오전 11시에 운명하셨어요! 헤헤"

기억이 났나 보다. 하긴 그런 구형 핸드폰을 잊을 수는 없을테고 삼 개월만 쓸수 있다고 한 기사님이 

내 얼굴보고 핸드폰 한 번 보고 그런다.

" 핸드폰을 바꿀려고 했더니 그 단말기를 반납하라는 디 전화번호 저장 된 걸 여기서 해 오라는디 그래서 왔어요?"  

좀 시간이 걸린단다. 기다리는 것이 일인가보다.

아뭏튼 오늘 난 핸드폰 바꾸는 날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