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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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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다 키우고


BY 천정자 2009-10-28

 애들 다 키우고 나니 아들은 군대가고 딸은 날마다 독립 투쟁 하듯이 대학 근처 원룸이라도 얻어 달라고 사정해서
그렇게 해 줬더니 집에 덜렁 남편과 아내인 나만 남더란다. 이 친군 나보다 결혼도 연애도 일찍 해서 나보다 더 일찍 육아체험 경험기를 알려주고 살림도 베테랑급이다.
 원체 털털한 나는 이 친구 반에 반도 못 따라간다. 더군다나 어디를 쏘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는 정 반대로 방콕이 머냐 식으로 늘 집안에 있어 내가 어쩌다 만나자고 하면 자기집으로 놀러 오란다. 나가는 게 귀찮다고.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긴 것이다.
" 야 야..니 좋은데 많이 알고 있잖아? 나 좀 데리고 다녀라?"
지말로는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은 것 그런거 말고 방바닥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서 생각을 곰곰히 해봤는데
아무래도 자기는 넘 오래 살 것 같은 예감이 들더란다. 그런데 애들은 커서 지 인생 지가 잘 챙긴다고 밖으로 틀림없이
나돌테고, 남편이야 원래 말 없이 무뚝뚝할 것이고, 아직 평균연령을 따져 남은 기간을 계산 해 봤단다. 세상에 늙어서 억울한 게 아니고 그냥 폭삭 그렇게 보낼 시간에 애들 맨날 오라고 할 수도 없고, 남편에게 늘 꽂혀 밥 세끼 챙겨 주는 것도 젊을 때나 근력이 안 딸릴때나 해주지 늙어서까지 수발 든다는 것도 곤역이라고 자기네 이웃집 할머니가 느닷없이 119에 실려가고 할아버지 밥을 몇 번 챙겨 드렸는데. 내가 며느리냐? 딸이냐? 단지 이웃이라고 번번히 헤드릴 수도 없고. 더 어이가 없는 것은 할머니가 이 할아버지를 좀 바보로 만든것 같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되 불으니
" 야 누가 먼저 죽을 줄 모르는데. 마누라 없다고 밥 굶어 밥 할 줄 몰라 그 흔한 라면 하나 못 끓이더라? 혹시 가스불을 킬 줄 아세유? 내가 이랫다니까?"
흐흐..안 봐도 비디오다. 아직 그 할아버지는 천하에 양반으로 살았던  분이고, 할머니는 애지중지 남편이라고 떠 받을어 모신 세월이 전부 일텐데, 얼마나 당황스러우실까.
이 친구 전에 이런 말 안했다. 되레 나보고 너는 애들을 방임하는 거냐? 방목하는 거냐? 엄마가 찬찬히 애들 먹거리도 남편도 잘 해주라고 친정 엄마가 할 소리를 줄창 하더니 요즘 또 다른 애길 한다.
"야? 내가 세상에 글쎄 남편보고 밥 좀 해 보라고 시켰거 던 ? 그랬더니 밥은 내가 더 잘하는데 왜 내가 하냐고 신경질 부리는 거야?"
아니 언제는 나에게 남편도 방임하냐? 밥이고 청소고 다 시켜 먹고 도대체 너는 살림은 언제 제대로 할거냐고 시어머니 같은 소리를 한다고 나도 빙글빙글 웃기만 했었는데, 이젠 도로 자기가 남편을 부려 먹을려고 한다고 말했더니
" 세상에 내가 독감에 걸려 죽을둥 살등 끙끙 대는데 그 멀건 흰죽이 먹고 싶은 거야? 그래서 그거 좀 해 달라고 시켰더니 물은 얼만큼 붓냐? 뚜겅은 언제 덮냐? 안 덮냐? 앓느니 내가 죽지..내가 무슨 팔자에 남편이 끓여 준 죽을 먹어보냐? 이런 생각에 딱 하나 생각 나는 거야?"
나도 그게 궁금했다. 그게 뭔데?
" 응 이 참에 내 제자 하나 만들자?"
" 뭐? 무슨 제자를 ?"
생각 해 보란다. 우리 같이 몇 십년 동안 살림 기술 모두 남편에게 전수 시킨단다. 주부도 무형문화재 국보 몇 호는 왜 안되는 줄 아냐? 너무 흔해서 그런거라나. 우 하하하!!!!!
그거 참 좋은 생각이라고 나도 울 남편을 제자로 만들까 했더니
"쯔쯔..넌 어디서 더 배워라? 남편 좀 그만 부려먹어 그러다 허리 부러진다아?"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사실 지금이 젤 중요한거지. 내일 오면 또 지금이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