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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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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만 때렷디야


BY 천정자 2009-01-09

야 니당장 여그로 튀어와라?

나 혼자 왔다구 무시하나..니이미 나도 법 아는 만큼 당장 고소장 넣고 한 번 법으로

따져 보자구?

 

느닷없는 내 친구전화는 늘 이렇다.

우선은 앞뒤 좀 가리고 보는 느긋함이 전혀 없으니.

 

" 아니 또 왜그려?"

" 니이미 두 대 밖에 안 때렸디야? 세상에 무슨 선수들이여 두 대때려서 그렇게 에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씨팔 이판사판 합의고 뭐고 나도 딱 두대만 니덜 자식들 팬다구 했더니

나보고 말이 안통한단다. 긍께 니가 여그 와야 한당께?"

 

숨도 안쉬나 전화상에 다방안이 시끌벅적하다. 내가 가면 아줌마들만 일곱인디.

내 친구 성격에 온전하게 버틸 학부모도 없을 것 같고.

 

전화를 끊고 일이 생겨 급하게 시내 좀 갔다온다고 하고 나왔다.

바람도 차고 한 낮의 태양은 쾌청하다.

친구를 알게 된 지 벌써 십 수여년이나 되는데.

남편의 잦은 폭력으로 병원을 제 집 드나들듯 하고 살았다.

혹시 아들하나 낳아주면 남편이 나아질까 해서 낳은 아들이 이렇게 박박 속을 썩인다고

남편복은 둘째치고 아들놈 건사나 제대로 할 지 모르겠다고 나에게 퍽퍽하게 울면서 하소연 한적이 엊그제였는 데. 그 아들이 키가 180이나 크고 이젠 내가 올려다 본다.  

 

남편이 칼로 내 친구를 죽인다고 난리를 부리는 통에 나에게 달려와서 폭행으로 고소를 할테니 도와달라고 통사정 해서 내 옆에서 징징울면서 나는 컴퓨터 자판기를 두둘기면서 같이 울었던 친구였다. 진술할 때 한 여름에 술을 먹고 온 남편이 또 때릴까 봐 무서워 동네 야산 숲속에서 모기에 뜯겨가면서 아들을 안고 지샌 밤 애길 할때 나는 으이그 이 바보 멍충아? 그게 그렇게 해서 누가 알아주냐구? 당장 인권위원회로 고발부터 하자? 이랬다.

 

남편이 교도소에 가서 나올 때가 되면 또 자기에게 와서 신고했다고 복수하면 어쩌냐고 그게 더 걱정이라서 나는 내 임의대로 내 친구몰래 시가쪽을 비롯 남편이 복역을 마치고 나와도 접근금지명령까지 신청해버렸다. 나중에 애길 하니 나를 또 끌어안고 울던 내친구가 아들을 혼자 키우는 것이 그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했었는데. 

 

도착하니 다방안이 후끈하다.

가해자 학부모얼굴을 보니 입장만 다르지 나랑 똑같이 자식키우는 아줌마들이다.

내 친구가 나를 옆에 앉으니 기세가 당당하나.

" 나두 나 혼자 애키우다가 안한 일 없는디..어휴..니가 빨랑 애기 좀 혀 봐?"

 어젯밤 꿈을 잘 못 꿨나  나두 오늘 일진이 희한한 자리에 불려 나와 처음 본 학부모들 앞에서 뭔 애길 하라구 그러냐구 대답을 하고 싶은데 그것도 말이 아니구.

 " 얼결에 불려 나와서 제가 여기에 낄 자리는 아니지만, 할 수 없네유..근디 이건 제 애기지만 울 딸이 지체 장에인입니다. 자식을 안 키우고 그런 일 모르면 절대 모를 마음인디..

에휴..사실은 애들이 더 황당하고 기가 막힐 겁니다. 정작 본인들 맞은 애는 그 충격에 얼떨떨할테고 때린 애들은 그로 인해서 학교에서 징계나 또 다른 상처를 받았을 겁니다."

 

학부모나 내 친구 얼굴이 숙연하다.

"입장을 바꿔보는 역지사지가 지금 필요합니다.

법으로 따지자면 칼로 무로 자르듯이 몇 조항을 들춰가면서 가늠을 한다는 것이 더 쉬울테지만 사람살아가면서 법으로도 위로가 안되는 게 더 많습니다.

 

내 친구가 그동안 살아온 과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이런 말씀을 드리고

합의는 먼저 애들부터 다 같이 만나서 서로 진심으로 사과를 할 수 있게 하고 그 후에도 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요즘 같이 살기 어려운 때 이런 힘든 상황에 무리하게 합의금도 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열 번해도 이미 맞은 애나 떼린 애들에겐 이미 곤란한 상황이지요.

 

내 애기가 끝나자 한 학부모가 그런다.

" 저두 애를 혼자 키워유..근디 합의를 해주고 싶어도 당장 먹고 죽을 돈도 없어유..저도 울 애가 이런 큰 잘못을 저지른 걸 나중에 학교에서 알려줘서 알았어요. 제가 그 마음입니다.

애들 키우다보니 이런 일이 어찌 생겼을까 싶고..아휴..근디 어떻게 하던 우리가 표시 할 수 있는 게 치료든 돈이든 해드려야죠."

나는 내친구에게 물었다. 합의금으로 얼마나 원하냐고.

" 나도 없시 살아서 남의돈 번다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는디..병원에서 머리를 많이 맞아서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지켜보자고 하는 디..휴유증은 내비두고 그냥 한 명당 100만원식 해줘유"

 

그렇게 합의를 하고 다방을 나왔다.

" 정자야 내가 너무 많이 불렀냐? 니이미 그냥 백만원만 부를걸..왜 가슴이 쿵당쿵당 뛰냐?" 바람결에 그 묻는 말이 너무 쓸쓸하다.

" 아니...근디 니나 나나 그 학부모들이나 오늘은 왜 이렇게 사는게 슬프냐?"

진짜 살기가 힘들면 살다가 지치면 힘든게 아니라 스산한 슬픔같은 것이 

목구멍에서 맺혀버린다.  휴유~~

 

덧글) 그래도 오늘은 나에게 가장 귀한 날이지요..살아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