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이렇게 짧다니..
12월 맨 끝트머리 우두커니 서 본다.
올 해는 나에게 의미가 가장 깊다.
우선은 그 동안 탱자, 놀자, 심심한 백수건달에서
어찌어찌하다가 직장을 다니고
전화기 붙들고 씨름하는 모습을 우연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좀 어색하다.
돈을 벌려고 한 밑천 잡아 보겠다고 한 적도 없었는데.
아둥바등 할려고 해도 천성이 원체 느려서 돈도 나보고 굼뜨다고
도망 갈 팔자라고 한 친구가 나를 막 놀렸는데.
하긴 그 친구가 요즘 논다.
나보고 놀린다.
니 월급날 나 그냥 쳐들어간다아~~~.니 뭐 사 줄거여?
하긴 나도 그 친구 밥좀 무진장 얻어 먹었다.
툭하면 전화질해서
밥 먹었냐? 먹는 게 남는거다...
먹고 죽으면 때깔도 부티나게 난다고 그렇게 나를 귀찮게 하더니.
그 덕에 나도 여태 아프지 않고 그럭저럭 용하게 살았다.
또 한 친구는 남편의 부도로 파산신청을 한다고 나보고 하소연이다.
파산이나 망하는 것도 돈이 필요하다고.
돈 없으면 죽지도 못하겠다고 내 전화를 들려오는 목소리가 어디서 또 술 한잔
걸치고 그래도 그런 말이라도 받아 줄 친구라도 있으니 기분이 참 좋단다.
파산면책 수수료를 돈을 꿔서 줄까? 나에게 그렇게 물으니
내 대답이 궁색하다.
" 야! 누가 파산한다고 돈 꿔주겄냐?"
" 하긴 그려.."
할 수 없이 나도 모르게 그만 말을 해 버렸다.
" 내가 그냥 진술서는 써 줄테니까 니는 걱정을 땡겨가지고 아프지나 마라.."
이젠 이 친구 그동안 고생한 애기나 아픈 애긴 안하고 싶다.
니이미..또 욕이 내 머리통에서 푸지게 굴러다닌다...사는 게 뭐 별 거 아니라고 우습게 생각하고 싶은데.
덧) 퇴근길에 뜨듯한 오뎅국물을 후루룩 ~~..헤헤..요즘 내가 이러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