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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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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파산


BY 천정자 2008-12-26

한 해가 이렇게 짧다니..

12월 맨 끝트머리 우두커니 서 본다.

 

올 해는 나에게 의미가 가장 깊다.

우선은 그 동안  탱자, 놀자, 심심한 백수건달에서

어찌어찌하다가 직장을 다니고

전화기 붙들고  씨름하는 모습을 우연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좀 어색하다.

 

돈을 벌려고 한 밑천 잡아 보겠다고 한 적도 없었는데.

아둥바등 할려고 해도 천성이 원체 느려서 돈도 나보고 굼뜨다고

도망 갈 팔자라고 한 친구가 나를 막 놀렸는데.

하긴 그 친구가 요즘 논다.

 

나보고 놀린다.

니 월급날 나 그냥 쳐들어간다아~~~.니 뭐 사 줄거여?

하긴 나도 그 친구 밥좀 무진장 얻어 먹었다.

툭하면 전화질해서 

밥 먹었냐? 먹는 게 남는거다...

먹고 죽으면 때깔도 부티나게 난다고 그렇게 나를 귀찮게 하더니.

 

그 덕에 나도 여태 아프지 않고 그럭저럭 용하게 살았다.

또 한 친구는 남편의 부도로 파산신청을 한다고 나보고 하소연이다.

파산이나 망하는 것도 돈이 필요하다고.

돈 없으면 죽지도 못하겠다고 내 전화를 들려오는 목소리가 어디서 또 술 한잔 

걸치고 그래도 그런 말이라도 받아 줄 친구라도 있으니 기분이 참 좋단다.

 

파산면책 수수료를 돈을 꿔서 줄까? 나에게 그렇게 물으니

내 대답이 궁색하다.

" 야! 누가 파산한다고 돈 꿔주겄냐?"

" 하긴 그려.."

 

할 수 없이 나도 모르게  그만 말을 해 버렸다.

" 내가 그냥 진술서는 써 줄테니까 니는 걱정을 땡겨가지고 아프지나 마라.."

이젠 이 친구 그동안 고생한 애기나 아픈 애긴 안하고 싶다.

 

니이미..또 욕이 내 머리통에서 푸지게 굴러다닌다...사는 게 뭐 별 거 아니라고 우습게 생각하고 싶은데. 

 

덧) 퇴근길에 뜨듯한 오뎅국물을 후루룩 ~~..헤헤..요즘 내가 이러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