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날씨가 초여름 날씨 같아서 봄 옷을 못 입고 넣을 뻔했다.
그런데 드디어 기다리던 봄비가 내려서 기온도 차분해지니 한결
나의 마음도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봄비가 단비가 되어 세상을 적셔주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미세먼지도 좋아졌고 건조한 날씨에 곳곳에서 산불로 모두들 애를 태웠는데 멈춰졌으니
좋은 일이다.
단비같은 삶을 살고 싶은데 생각만큼 잘 안 되는게 또 현실이다.
외국 생활을 하던 딸이 가족이 그리워 집으로 돌아와서 우리집 분위기가 한결 좋아졌다.
남편과 아들의 냉전으로 좀 어둡고 가라앉았는데 두 사람도 거리를 두고 살다보니
조금씩 나아진 듯하고 또 그 중간에는 딸의 역할도 상당했다.
딸이 집에 오니까 아들도 자연스레 주말에 집으로 와서 밥을 먹고 간다.
아들과 딸은 사이가 좋은 오누이다 보니 아들도 딸의 등장에 많이 좋아하는 눈치다.
딸은 새로운 방에 필요한 것을 하나 둘씩 정성스럽게 고민하며
미니멀 스타일로 채우며 깔끔하게 정리를 잘한다.
방을 꾸미는 딸을 보면서 취향이 참 여성스럽고 사랑스럽다고 생각된다.
난 어느새 여성미 보다는 중성미가 뿜어 나오는 아줌마가 되었으니
예전의 나는 어디로 갔는지 되돌아갈 수도 없다.
딸이 집에 있으니까 확실히 집안 분위기가 밝아졌다.
아침 인사를 기분 좋게 하며 아침을 여는 딸,
보통 때는 그냥 덤덤한 아침과 다르다.
무심한듯한 아버님도 손녀에게는 마냥 사랑스런 눈길을 보내시고
딸이 작은거 하나라도 챙겨드리면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모른다.
남편도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햇살같이 빛내주는 딸이 있으니
좋긴 좋은가 보다.
말이 더 많아졌고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을 더 알려주고 싶어서 말이 많아졌다.
지루함과 고루한 감은 없지 않아 있지만 그런 스타일의 남자라는 것 또한
예전에는 몰랐다니까요.
잔소리도 자꾸하면 듣기 싫고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나는 어금니를 꽉 물고 있다.
딸이 또 언제 분가 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진행형으로 함께 하는
딸과의 크고 작은 것을 함께 공유하니 남편과의 사무적인 대화와는 또 다른 맛이다.
딸의 새로운 등장은 우리에게 단비와 같은 꼭 필요할 때 알맞게 내리는 비라
더할나위 없이 고맙다.
이제부터
거의 10년 만에 만난 딸과 더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싶은 나의 작은 바램이다.
딸이 일 할 때는 방해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