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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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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난해지는 것이 꿈이다.


BY 천정자 2006-10-16

2006년 10월 16일 17:47:05

이상하다.

돈을 벌려고 직장도 다녀보고, 사업도 해보았지만 돈은 벌어지지 않았고.

잠시 나에게 들락 날락하던 돈은 자꾸 다른 주인들을 섬기러 떠나는 것이다.

적금도 들어보고, 한 동안 도둑을 맞을까 걱정이 되어 도둑이 와도 찾지 못 할 곳에

감춰두었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있어서 불편했다. 그런데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불편해지니

각각 방문을 열어야 하는 열쇠만 자꾸 늘었고, 여기저기에 질러 넣어 감춰   둬야하는 불편함에

언제 털릴 줄 모르는 불안과 친구가 된 공포감에 늘 시달리는 수고를 해야 했다.

 

돈 뿐만이 아니었다. 나 편하자고 틀어 놓은 테레비는 나의 시간을 잘도 꿀꺽 몇 시간을 먹어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고, 내 몸 편하자고 세탁기가 대신 빨래를 해주는 동안 나의 똥배같은 살은 차곡 차곡 지방으로 들러붙었으며, 새장에 갇힌 날지 못하는 새나, 자동차의 안락함에 걷는 것을 잃어버려 백미터만 걸어가도 아찔한 현기증에 쩔쩔매는 걷지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여기에 담기 싫은 된장이나 고추장은 식품첨가물을 듬뿍 발라도 그저 된장처럼 생겼으니 돈주고 사먹는 것이니 얼마나 안심이 되고, 그저 빠르고 편한 생활에 공로를 한 우리들의 인스턴트 식단에 시간 아껴주고 수고했다고 날마다 그 앞에서 감사히 먹겠습니다  하며 신에게 기도를 간절히 드리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것들을 날마다 소비하기 위해서 나는 사람이 아닌 소비자로 살 처지가 된 것이다.

날마다 테레비의 친절한 안내를 보며 오늘은 뭘 먹을까, 무엇을 입어 누구에게 가장 세련되게 가장 근사하게 보여야 할까, 어떤 게 요즘 가장 잘나가는 유행이 궁금하기만 한 소비자로서 아주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소비자의 삶을 구가하는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돈이었다.

 

 난 그래서 날마다 돈을 벌러나가야 했다. 나의 굳어진 걸음을 싣고 자동차 기름을 사기위해서 날마다 주유소에 가야 했으며, 나의 월급보다 몇 배 비싼 화장품을 바르고 남보다 더 어리게 더 젊게 보이는 노화방지제를 사야 했다. 물론 옷도 빠지지 않는다. 철따라 유행따라 어떤 남자들 눈빛에 마음에 들게 하기위해서 아낌없는 투자를 해야 했다. 또 세탁기가 나의 주변에 늘 대기하는 기계들  덕에 살찐 내 몸에 지방을 제거하기 위해서 다이어트에 건강 보조식품을 또 사먹었다.

 

 가난한 것은 당연히 불편했다. 뭐든지 즉시 즉시 조달해야 하며, 가장 편리한 기계를 살 려면 가난한 것은 나에겐 최대의 적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적을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랑한 다는 것은 순전히 나를 위해서 나의 삶을 위해서 출발할 첫 걸음이고  배움이다.

누굴 사랑한다는 것은 나의 사는 목적에 반듯이 에너지원이 되어야 하며. 그로 인해서 절대적으로 따뜻한 온도가 시작되는 시작이다. 여기에 나는 사람이 아닌 가난을 사랑하게 된 것은 철저히 나를 챙김에 나를 보살펴서 참으로 편안한 삶을 살고 싶은 것이 이유다.

 

 천국에 가기 위해서 가난해지는 것이 아니고, 누구에게 설교를 하고 싶어서 말로만 떠드는 교훈도 아니다. 단지 그저 이렇게 살다가도 살 수 있고, 불편하지 않고,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를 안해도 저절로 얻어지는 거저 얻는 행복을 나는 원했다. 여기에 반드시 가난이라는 코스가 있었던 것이다.

 

 그 코스의 첫번째 원칙은 나의 생각에 방향틀기다. 이젠 갈 길은 반드시 한 쪽 뿐이었던 방향에 잠시 샛길이 있었는데, 그 샛길에 잘 못 들어 가다보니 온 천지가 모두 새롭게 보인 동네.

 

 꼭 누가 길 안내를 해준다고 부연 설명이 필요없는 원시림을 보는 기분이다. 그 샛길은 너무 좁아서 함꺼번에 여럿이서 동시다발로 입장하지도 못하는데도 늘 열려 있는 곳.

 

 그 곳에가면 새들도 말을 하고 있었고, 꽃들도 사람처럼 산고를 겪는 씨앗낳기를 처절하게 하고 있는 것을 천연스럽게 보여주며, 폐가 있는 나무처럼 숨쉬는 나무들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사람은 반듯이 돈 많이 있어서 보여주는 법칙이 없으며, 가난해서 차별을 하는 행태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들의 시선은 모두 한 곳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그렇게  생각에 생각의 생각들에 올라 앉아서 진두 지휘하는 것에  복종하는 것처럼 산다.

 

 나는 무소유도 주장하지 않는다. 지극히 가난한 것도 지극히 부자인 것도 사실은 따져 보자면

잠시 잠깐 머물다 이내 사라지는 아침 이슬보다 찰라적이다. 이런 곳에 무슨 무소유며, 많음이며, 분에 넘치는 소비를 우리는 선전하는것이다.

 

 그래서 나는 테레비도 꺼 버렸고, 세탁기는 작동이 멈췄다. 그리고 돈도 조금만 벌기로 했다.

오늘의 양식은 내일의 양식이 되지 않는다. 이건 철칙이다. 누군가 또 다른 방법으로 한쪽에선 썩어 버림을 당하는 먹을 거리가 있으며, 정작 귀하게 대접을 받아야하는 생명들은 돈의 가치에 가차없이 버림을 당한다. 또 이런 것이 합법적으로 근거 있게 통하는 시대다. 그럼에 난 많은 먹거리를 일부러 냉장고에 채우지 않는다. 하긴 옛날엔 냉장고가 비어 있으면 슬펐다. 왜 이리 비참한 생활을 해야 되나 했지만.

지금은 틈틈히 확인한다. 혹여 아직 먹지 못하고 차가운 공기속에도 부패되어 버려지는 먹거리가 있다면 나는 또 한 생명을 죽인거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전기사용량도 최대 절제했다. 왜냐면 지금 우리는 언젠가 바닥이 날 석유를 때워서 공급받는 전기다. 중요한 것은 나의 세대뿐만 아니라 나의 자식들도 대대손손 써야 할  에너지 자원이다. 내가 다써버리고 후대에 남겨줄 자원이 없다면 죽어서도 두고 두고 조상탓만 할 것이다. 욕먹는 게 두려운 게 아니다. 이건 정말 두려운 종말과 다름이 없다. 지금도 전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25억 이상의 사람들이 전기나 화석연료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인구의 5%밝에 안되는 인구가  세계에너지의 25%를 쓰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대체연료개발이나 에너지효율성 개선등  기타 다른 방법을 가장 게으르게 대처하고 있다.자신들의 일으킨 전쟁이나 많은 폭력을 행사한 그 뒷사정을 보면 십중팔구 민주주의를 가장한 에너지를 가장 싸게, 아니면 도둑질하는 것보다 더욱 치사하게 미국은 많은 산유국을 괴롭히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이나 어는 선진국이나 모두 국민들이 있는 나라이고 그 국민들은 에너지문맹에 걸리게 했다. 전쟁무기를 개발하는 돈은 수억달라도 아깝지 않지만, 대체 어너지 개발연구비나. 각각 에너지를 소비하는 입장에 선 국민들을 장사수단으로 보는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름소비를 전체 에너지비율로 본다면  거의 절반에 가깝다. 그러니까 기름이 한 방울도 없는 나라가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반이나 소비된다는 것은 이건 미국이나 산유국들의 마음먹기에  기름값에 따라서 늘 종종 대고 굽신굽신해야 되는 처지는 당연한 것이다.

 

 말이 옆으로 빠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젠 우리도 싫든 좋든 기름을 태워야 곧 닥칠 엄동설한에 따뜻한 겨울나기를 시작하고.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면 가스니 기름이니 전기니 뭐 이런것은 나의 소비태도를 점검도 해 볼일이다.

 

 이젠 돈이 적네 아니네. 무엇이 많네 없었네의 기준은 나의 생활에 저만큼 뚝 떨어지게 했다.

그런데 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자꾸 안 가질려고 하고 돈도 적게 벌려고 일도 적게 했는데.

먹을거리가 자꾸 들어오고, 여기저기서 선물도 밀려 들어오고 그런다. 이럴려고 그런 게 아닌데.

 

그래도 나는 마음은 그 무엇을 많이 가졌을 때와 비교도 안 될 만큼 편하다.

이런 걸 어떻게 나눠줘야 되나 그게 또 고민이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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