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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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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오면 수채화를 그리고 싶다.


BY 천정자 2006-07-01

엊그제 우리집 강아지 순님이가 집을 나갔다.

운동하라고 풀어 줬는데 여태 돌아오지 않는다.

 

마이크로 개팔아요, 염소 팔아요~~ 하면서  돌아다니는 트럭이 있는데

혹시 우리 순님이 업어 간 거 아닐까...

별 별 공상을 하는데

하늘에선 구름 끼리 부딪히나 우르륵 우르륵 하더니

이내 굵은 빗방울이 쏟아진다.

 

아이구 우리 순님이 복날 얼마 안남았다고 누가 데리고 간 거 아닐까 했더니

남편은 묵묵 부답이다. 사실은 더 애가 탈 사람은 남편이다.

비가 앞이 어두워 보이도록 진하게 내린다.

 

겨우 입열어 피워 내던 호박꽃이 고개를 숙였다.

상추고동이 꺾어지고 참개구락지가 굵은 목소리로

여긴 내영역이라고 그러는 것처럼 말한다.

 

거미가 서둘러 집안에 쳐 놓은 거미줄에 한 발 걸치고 있다.

흰줄에 성글 성글하게 빗방울이 매달려 뚝뚝 떨어져 땅바닥에

구멍이 패였다.

 

이렇게 비 많이 오는데

이놈의 지지배 왜 안 들어오는 겨..

엊그제 복돌이랑 연애하더니 눈 맞아 집 나간 거 아녀?

 

남편이 창호문을 홀딱 열어 제낀다.

담배를 물더니 금방 모락 모락 안개처럼 연기가 마루에 뿌연하다.

 

멀리 앞 산이 무명치마 입은 여자처럼 물빛이다.

초록은 더욱 옅어져 물안개가 산 어깨를 가리고 있다.

 

비가 그치면 오것제...

지가 멀리 안갔으면 돌아 올 겨..

 

남편의 기다림이 장마처럼 지루하게 시작되는 날이다.

오늘은 이렇게 밑줄 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