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오는 것이 무서웠다.
어김없이 배가 고파올테고 주방에 나가 밥을 해야 되는데...
쌀이 없었다.
물론 돈도 없었고.
체면을 차린다고 아랫목에 잠만 잘자는 남편을 보니
난 더 어이가 없었다.
이거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혹시나 해서 냉장고를 뒤져보니 밀가루가 있었다.
그래. 까짓거 아침에 수제비 먹는다고 누가 흉보면
보태주기나 하라고 그러지 뭐..
밀가루가 떨어지면 싱크대에서 국수가 보이고 .
라면이 있어 떨어질 때 까지 그렇게 보름을 지냈다.
사실 얼마든지 쌀집에 가서 사정을 애기할 수도 있었지만
문제는 남편의 태도였다.
있는집에서 잘살고 있었던 남편은
특히 어머니의 그늘을 벗어 난 적이 없는 철없는 아들이었다.
굶어본 적도 없고, 부족함을 모르고 자란 아들인데
부부라고 해도 그 어려움울 피부로 느껴보지 않을 들 알 재간이 없을 것이었다.
내가 잘못하여 시어머니에게 ?겨 난 주제넘은 며느리라고 알고 만 있을 뿐이었다.
그 좋던 직장이며, 집이며 모두 홀랑 날아가게 만든게 바로 나라고 윽박질렀다.
사실 나도 속으론 그냥 참고 살아도 이렇게 고생하지도 않았을텐데. 이런 후회도
무진 했다.
그런데도 왜그리 오지게 굳은 똥집같은 고집이었는지
생으로 머리를 벽에 박치기하는 것 마냥 줄창 해대었다.
그렇게 보름을 밀가루에 라면에 국수에 메뉴가 바뀌지 않으니
여섯살된 아들이 그런다.
이젠 밥 먹고 싶어..
남편도 그제야 쌀이 없는 것을 알았나 슬그머니 주방으로 간다.
또 성질을 팩내고 문짝이 떨어져라는 것처럼 꽝 닫고 나간다.
늦은 저녁인데도 돌아오지 않았다.
내 짐작으로는 또 시어머니에게 가서 이르겠지..
벌 받아서 지금 굶고 있다고...그러길래 부모에게 잘하지..이런식의 상상을 하고 있는데
남편이 현관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어깨엔 이십키로짜리 쌀푸대를 메고 말이다.
무슨 쌀이야?
니 나를 병신으로 만들거냐? 남편이 씩씩거리며 흥분한 목소리다.
이젠 내가 쌀을 알아서 챙길 테니까
떨어지면 말혀!
듣던 말 중에 제일 듬직한 소리였다.
그 다음부터는 전기세. 수도세, 아이들 육아비등 생활비가 이렇게 매달 지출되고
있는데, 어떻게 버는 월급을 몽땅 시어머니에게 다 줬냐고 내가 도로 물었다.
남편이 마누라를 바보로 만들어 놓은 게 아니냐고.
나중에 남편이 그런다.
엄마가 다 알아서 하는 줄 알았다고 그런다.
그런 건 당신 생각이고
난 무슨 전쟁에 나선 병사같이 매일 전전긍긍하게 했다고
매일 울게 만들었다고 박박 바가지를 긁어 대었다.
남편도 당황했으리라.
하긴 자신의 아들이 이젠 밥 먹고 싶다고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무척 창피했단다.
아무리 미운 며느리라도 그 이전에 자신의 아내였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한마디 의논도 없이 큰아들 효자이니 당연히 내것은 모두 어머니에게 올인하는 생각이
접어지고 보니 그제야 소중한 내가정이 보였단다.
그렇게 찾아지는 가정은 또 다른 따뜻함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