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가지고 먼저 걱정해서
해보지 못한 일이 하나 있다.
자전거를 한 번 제대로 배워서 타 보는 거다.
우리동네는 육십대 아줌마도 칠십대 아줌마도 잘 타는 자전거를
난 배우다 넘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때문에 마음만 배워야지 배워야지 하다
몇 해를 보냈다.
이러다 보니 우리 얘들은 잘도 타고 다니고 온 동네를
헤집고 돌아 다닌다.
초등학교 땐 스쿨버스가 와서 필요하지 않더니 중학교에 가니 스쿨버스가 아예 없단다.
아들은 자전거로 한 이십분 걸리는 거리를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 빼고 타고 다닌다.
버스요금을 줬더니 그대로 모은다.
나중에 용도를 물어보니 쓸데가 따로 있단다.
자기 짝꿍이 아주 잘 사는 집인데. 뚱뚱해서 자전거를 타보라고 권했단다.
친구하고 한 학기를 같이 자전거를 타니까 날씬해졌단다.
자전거를 타고 이 동네 저 동네에 있는 오래 된 고택을 둘러보고
산자락에서 부터 흘러 내리는 산개울에서 첨벙대며
가재를 잡느라 집에 돌아 오는 길이 늦다.
그 친구 엄마가 나를 찾아 왔다.
학원보내니 울 아들 쫒아 다니면서 노니 언제 공부 하냐고,
자기 아들과 함께 학원을 보내자고 나에게 권유를 한다.
자신의 아들이 학원 안가도 된다고 말하더란다. 울 아들 이름을 부르면서
갠 맨날 놀고 난 학원가서 공부해서 시험을 같이 봤는데 점수는 똑같다고...
울 아들이 그러더란다.디게 이상하다고.
그럴 바엔 학원 안가고 내 마음데로 시간쓰다가 시험봐도 돈 안들이고 시간 안쓰고
그래도 너하고 점수가 같다면 억울하지 않냐고 묻더란다.
아들 친구 엄마는 나에게 아들을 학원에 보내면 자기 아들도 덩달아 같이 갈 거라고 했다.
비만에 걸린 친구를 자전거를 타라고 해서 도와준 거 고마운 데. 공부도 같이 하면 더 좋지 않겠냐고 한다. 듣고 보니 그것도 좋긴 했다.
알았다고 돌려 보냈는데, 아들에게 말하니 시큰둥하다.
개가 내 공부를 대신 해 준데?
그렇다고 학원비도 보태준데?
아직은 거기 까진 생각을 안해 봤다고 했다.
하긴 아무리 동문 수학이라고 해도 지 공부는 따로 있는 법.
나도 짧게나마 아들의 질문에 깊은 생각을 했다.
더 이상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다음 날 아침에 비가 왔다.
아들이 부탁한다.
일기예보를 보니까 오후엔 갠다고 내차 트렁크에 자전거 싣고
아침만 학교까지 태워 달란다.
난 군소리 없이 학교에 실어 줬다.
학교앞 정문은 다른 차도 붐볐다.
아들친구 엄마도 나를 보고 인사를 한다.
학원 같이 보낼 거죠? 목소리도 밝게 들린다.
난 웃으면서 울 아들말을 그대로 전했다.
"지 공부는 지가 알아서 한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