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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는 잠 못 이루고..


BY 플러스 2008-01-23

 

 

어제 아침 잠시 켠 티비의  뉴스는  무대 위에    한 남자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스타를  발굴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오락프로그램인   했습니다.  

 

오케스트라로  녹음된  반주가  시작되는  것으로  보아  노래를  부를  것 같아  보이는  남자는   양복을  입긴 했지만,  옷이 낡아 보였고  자세나  표정만으로도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것이  아마추어임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런 그가   많은 청중들과  세 사람의 심사위원 앞에서  입을  열어  노래를  시작했을 때놀란 것은  화면 속의  사람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순진한 듯  겁 먹은 듯한  눈의  그에게서  오페라  투란도트  중의  잘 알려진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   흠 잡을 곳 하나 없는  아름다운  음색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던  것이었습니다뿐만 아니라  그의  음성 속에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청중 속의  나이 많은  한 여자가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순간은  바로  내 가슴 속에서도  뜨거운  무언가가  차오르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간  다른  쟁쟁한  성악가들을  통해서  여러 번 들어 온  음악인데왜 그 순간  겁먹은  듯한  눈을  울퉁불퉁한  치열마저   투박함을    드러나  보이게 하는    남자에게서  흘러 나온    노래가그처럼  특별하게  가슴이  찡해질  만큼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것일까  하는 생각은,  영상이 끝나고 나서도 내게 한동안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노래 안에  무언가가  '녹아있음'  느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순수한  음악적인  아름다움이나   오페라의  이야기에  몰입한  가운데에  느껴지는  음악적인  감동이  아닌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그 무엇이그가  어떤  생을  살아왔는 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인생  가운데에서  그가  겪어오고  느껴 온  쉽지만은  않았을  인생의  무게감정  무언가들이  응축되듯  가슴으로  다가왔던  것이었습니다.   

 

또한  '무언가들'  그 만의  것이  아니라,  영상 속에서 눈물짓던  눈가에  깊은 주름이 잡힌  노부인의  것이기도  하며,     내 것이기도  한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질감은  내게누군가든  끌어안고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핏덩이로  태어난  작은 존재들인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 온  날들을  어린아이처럼  가난하게  돌아보며  서로  눈물을  머금은 채  포옹하며,  위로를  주고  받듯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을  느끼게  했던  것이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그리고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면  세상은  절대적인  빈곤과  기아에  처해있는  사람들,   스스로  학대당하고  착취당하는  것인 줄도  알지  못한 채  인간으로서  누려야    기본권리를  박탈당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러한  절대적인  박탈과  상실 정도는  아니라도,   운명의  족쇄라도  채운 채  태어나기라도 한 듯  갖가지  어려운  상황과   고난,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또한  극심한  육체적정신적심리적  고통에  처한  사람들 또한  많음을  보게도  됩니다.

 

그런  어려움을 돌아볼 때에,   때로  차라리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누군가들에게는  큰 빚을  지고  살아가는  것처럼   죄책감 마저  느껴질 때도  있게 합니다.     그러한  마음은  작은  힘겨움 쯤이야   또는  작은  육체의  고통 정도는  고려의 대상에  넣거나  언급하는    자체가  어리석고  무지한  투정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  것임을  명심하고   조금의  불평도  하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동여매야    것이라는  거칠은  압박감을  스스로  느끼게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 가운데에서  때로는  나의  글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중에  사용한  소재의  가벼움으로  인하여   누군가의  고난이나  어려움이  쉽게  보이도록  이야기되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드는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글을 보시는 어떤  분이시든..  주님의 크신  사랑  가운데에서  부족함을  용서해 주시리라고  믿습니다.

 

영국의  한 무대 위에  섰던  남자를  다시  떠올려 봅니다.

 

비교도  측정도그리고  상대의  성품과  육체,  환경 그대로    인생을  살아보지  않은 한  어느 누구의  인생의  무게도  고난도,  또한 그 인생  가운데에서  분명  지나왔을  환희와  기쁨과  행복의  순간의  경중 조차도  알 수 없는  각자의  삶이지만인간이라는  보편적인 하나의  존재들로서  살아가는 가운데  넘겨왔을  각자의  고비들과  감정들부대낌들  모든 것을  두고  느끼는  동질감긍휼함따뜻한  감정.   그것 만으로도  마치 하나가  된 사람들처럼  안아주고  싶어지는 순간.   그런  귀한 감동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듯 하던  그리 흔치 않은  순간을  그렇게  어제  잠시,  폴 포츠라는  한 사람을  통해  만났던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