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기에 자신의 선입견과 편견, 타인에 대한 온전치 못한 이해에서 비롯되는 갖가지 오해들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기에 어차피 색유리를 통해서 세상을, 그리고 인간을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면, 하늘처럼 맑은 파란색을 통해서 보겠다는 영선의 말을 따라가면서, 주님이 나를 바라보실 때를 상상해 보게 되었습니다.
하물며 인간이 인간을 볼 때에도 추악함을 떠올릴 때가 많거늘, 완전한 선이며 진리이신 분께서 인간을, 즉 나를 볼 때에는 어떻게 보이시겠느냐 하는 것이지요.
그 분의 눈 앞에 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다음에 든 생각은 주님께서 조차도 나를, 또 인간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지 않으시기로 결정하셨다는 것입니다.
영선이 파란하늘 같은 창으로 보겠다고 했다면, 주님은 자신이 스스로 제물이 되어 순결한 피를 한 방울 남김 없이 쏟아내심으로 핏빛으로 온통 붉어진 창을 통해 우리를 보신다는 것이지요.
독일의 한 철학자가 그런 말을 했다는 군요.
신도 자신의 지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끊을 수 없는 사랑이다...라고 말이지요.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 모든 결점과 더러움, 추함, 죄악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스스로 짊어지실 수 밖에 없었던 용서를 위한 길... 십자가에 달리실 때 뿐 아니라 인류를 창조하신 이래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끊임없이 고통받으시면서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 분의 열정을 생각해보면 그 말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납득할 것도 같습니다.
주님께서 자신의 피로 붉게 물든 창을 통해 나를 바라보신다는 것은 내게 너무나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당장에라도 조각조각이 날 사람이니까요. 뿐만 아니라 그 분의 은혜로 주어지는 모든 것들, 그 큰 은혜들을 염치없게도 아무 댓가도 없이 냉큼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그 분의 피의 희생을 통해서이니, 파란색의 맑고 아름다운, 낭만적인 데 까지 있어보이는 창이 아닌 그 피로 범벅이 된 유리창은 얼마나 아름답고 감사한 '기적의 창문'인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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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성스러운 창일 것입니다.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유일무이한 창인 것이지요.
이야기 속의 정인은 이미 짐작하셨을 지 모르지만, 실제의 인물입니다.
이야기를 적어내려가면서, 주님은 그 아일 기억하고 계실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습니다. 그 아일 진정으로 사랑하셨다면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셨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의문을 접어두고 내가 알게 되는 것은 한 가지 입니다.
주님은 그 아이, 정인을 기억하고 계실 뿐 아니라 뜨거운 눈으로 내내 바라보아 오셨으며 사랑하셨다는 것입니다.
순수함이 남아 있을 때에 가고 싶다고 했다는 정인이는 자신의 갈등과 고통을 해결하는 길은 그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글을 써 내려가는 동안 알게 되는 것은 자신의 갈등과 고통의 끝을 위해 택한 길이 누군가들에게는 갈등과 참담한 고통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정인이가 아파하고 슬퍼하고 절망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때에도, 아파트의 옥상위에 서서 마지막 발을 하나 떼어 놓으려 했을 때에도, 그리고 공중에서 곤두박질치며 땅을 향해 떨어져 내렸을 때에도 주님은 눈 하나 깜박하지 못하시는 채로 고통의 눈물로 따가와져 오는 뜨거운 눈으로 바라보고 계셨을 것입니다. 자신의 형상을 좇아 창조한 인간에게 주신 자유의지를 되돌리고 싶은 마음 마저 드셨을지도 모릅니다.
생활고, 병을 비관하여 택하는 극단적인 행동과도 달리, 요즈음 꽃다운 나이의 아름다운 젊은이들이 극단의 선택을 하는 이야기들이 가끔씩 들려옵니다.
사회적인 병리현상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하기도 합니다만, 그 모든 일들을, 그 모든 영혼들을 가장 우려하며 가슴 아픈 눈으로 바라보고 계시는 분은 주님이실 것입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 하나 하나는 그 분께 곧 인류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기에...
한 편, 그처럼 뜨거운 눈으로 나를, 또 우리 각자를 하나 하나 바라보고 계시는 분이 계심을 생각할 때에 그 분의 사랑으로 인하여 마음에 큰 위안이 됩니다.
세상의 어느 누가 그처럼 한결같이 뜨거운 마음으로, 열정으로, 사랑으로 우리를 보아 주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