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방에 정인이 보이지 않은 지 한참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일 주일이면 한 번은 들르곤 하는 동아리에서, 어느덧 영선은 정인의 안부를 궁금해 하며, 그녀가 왔는지를 한 번 더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나 산행 이후 정인은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꼭 한 달이 지나가던 날이었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을 향해 가던 영선은 발걸음을 동아리 방으로 돌렸다. 퀘퀘한 먼지와 오래된 세월의 냄새를 맡으며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 동아리방에 들어선 영선의 눈에 들어 온 것은, 어두운 얼굴로 무겁게 모여 선 동기들 네 명이었다.
영선이 조심스럽게 건네는 인사도 받지 않은 채 동기들은 침울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에서 어색함을 느낀 영선이 어찌할까를 망설이다가 희미한 미소를 얼굴에서 금세 거두지 못한 채로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우리는 지금 정인이 집에 가 보려고 하는 중이야. "
잠시 후 말을 꺼낸 것은 태영이었다.
아직 떨쳐버리지 못한 어색함과 어리둥절함이 뒤범벅이 된 채로 영선이 태영을 쳐다보았다.
" 정인이가 죽었어. "
동그래진 눈으로 태영을 바라보던 영선의 눈이 태영의 말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 지를 천천히 인식이라도 하게 된 것처럼 점점 더 커져갔다.
" 열흘 되었대. "
영선이 놀란 눈을 태영에게서 떼어내지 못한 채로 머릿속에서만 빙빙 도는 질문들을 미처 꺼내 놓기도 전에 곧 태영이, 그리고 다른 동기들이 곧 움직이기 시작했다.
" 너도 가겠니? "
문 앞에까지 다가갔던 태영이 영선을 향해 돌아섰다.
영선이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 글쎄... "
서울을 한참 벗어난 경기도의 한 시골 들녁에서 흐드러지던 정인의 웃음이, 목소리들이 어지럽게 영선의 머릿속을 빙빙 돌았다.
영선이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