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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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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BY 플러스 2006-09-18

매일 아침마다  차를 몰고  좋아하는  숲을  찾은 지가 일 주일이 되었습니다.

 

독일에서  맞는  마지막  가을을  매일 매일  그  숲에서  여유롭게  보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질만큼,  숲은  날마다  아름답고  풍성한  가을 속으로  한 걸음씩  들어서고  있습니다.

 

콘서바토리의  학기에  맞추어야  하므로  이 달로  피아노  레슨도  마감을  하고,   남은  시간은   숲을  거닐고,   책을  읽고,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 나가야  할  일과   돌아가  적응하는 데  필요한  일들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때인  것인데,   그  여유로운  마감을  하려는   방향을  슬쩍  흐트리는  제의가  선생님으로부터  왔습니다.

 

콘서트를  하나  더  해 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짐을  싸고  하는  등등의  일로  번거로울  것을  알지만,   급박한  시간이나마  다음  달에라도  한 번  더  연주기회를  가져 보자는  것이었지요.   확실히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가지려던  여유를  저당잡힐 만한  제의였습니다.  더군다나  아내이자  엄마인  나로서는  마음에  여유를  가질만한  겨를이  없을 일이  몇 가지  남아  있기도  하니까요.

 

얘기를  하시는  선생님의  커다란  눈이  붉어져서  물기가  돌고  있었습니다.   독일인들  특유의  무뚝뚝함도  있지만,   감정  표현에  서툴기만  한   남자이기도  한  선생님은   이별이,   그냥  보내기가  섭섭하신  것입니다.   한 번이라도  무언가  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어  하는  커다란  덩치인  선생님의   그런 모습은,   멀리  시집 보내는  딸에게  무엇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하는  친정 엄마의  모습  같아도  보여  찡한  마음이  들면서도   슬쩍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사실,  선생님의  그런 제안  하나에,   이제  더 이상  선생님과    작품 공부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생각에서  맥이  빠져  있던   음들이   금세  활기를  띠고  쩡쩡  울리는  소리로  변하기도  할 만큼  연주회라는  말 자체가  긴장만큼이나   흥미를  가지게  하는  일이기는  했지만,   이  시점에서는  욕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망설여집니다.    그  여유없음만큼  제대로  준비가  되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쉽게  '못하겠노라'고도  '하겠노라'고도   말하기 어려운  제의를  두고,   새삼스럽게  지난  오 년 여간  콘서바토리에서  지낸  시간들의  귀중함을  느끼며   감사하게  됩니다.

 

언제까지고  그  맑은  공기와  녹음이  그리워질  독일의  풍성한  '숲' 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그리워질  레슨실과  연주홀.   그  안에  담긴  소중한  시간들.    그  시간들  속에는  항상  내가  가장  가까이  지낸  독일인  남자인  선생님의  웃음이  남아  있겠지요.    그리고   체구와  어울려  보이지  않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던   커다란  파란  눈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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