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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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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유


BY 플러스 2006-06-09


 

 

 

내게 글을  써 보라고  권유하는  사람이  둘 있습니다.   한 사람은  시 쓰는 것을  좋아하시는  친정어머니이시고,   또 한 사람은  한국에  있을 때면  신춘문예 월간지를  심심치 않게  사들고  들어 오던,   또  대학시절  소설을  써  보기도  했다던  남편입니다.
 
남편은  특히  지고 싶어하지  않는  아내가  폭포처럼  말을  쏟아 놓을 때,  잠시 잠시  놀란  표정으로  있다가  어떻게  그런  표현을  생각해 냈는지  놀라와 하며  글로  써 보라고  합니다.   그것도  전술적인  측면이 있을는 지는  모르겠으나 ^^,  그렇게  말이  끊어지면  나도  말을  멈춘 채,  과연  그게  놀라운  표현인지를  생각해 보게 되는,   싱거운  상태가  되고  맙니다.
 
그런  말은  그저  하는  말은  아닌 듯,   내게 남편은  그런  이야기들을  써 보라고  진지하게  권할  때가  있곤  했습니다.   사랑하는  얘기도  아니고,   서로가  이해하지  못하여   갈등이  생기는  부분에  관한  이야기가   남편에게는  부끄러운  면이기 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될  소재라고  생각이 되는  모양입니다.
 
또 내게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공포증이 약간 없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민감할 수도  있는  글을  쓰고는  남편에게  이야기하고   지워야  하는 것은  아닌 지,  그만  두어야  하는  것은  아닌 지를  묻기도 합니다.   그러면  남편은  계속하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이야기가   들어간  부분이 있어도   잠시  겸연쩍어  할 뿐  괜찮다는  것입니다.   그보다  더 한  이야기라도,   예술적으로  승화가  된 것이기만 하면   어떤 캐릭터의  성향이든   그대로  써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내게  그런  남편의  반응은  가끔  미스테리같아  보입니다.   나라면  스스로  털어 놓는  것이  아닌 한,   남편이  나에 대해 이쁜 얘기,   좋은  얘기만  써 주길  바랄 텐데,  남편은  자신의  어리석음이나  치부가  좀 드러나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니,  오히려 나 자신이 더 당황스러워지는 것입니다.
 
이것도   성별의  차이인가... 개성의 차이인가...  모를 일입니다.
 
사실  나는  요 며칠간  내 방의  존폐에  관하여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와  버린  길 앞에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누가  될까  걱정스럽기도 했던  것들이   누적되어    이제는   갈림길에  서게  한 것처럼  느끼게  한 것이었지요.    여전히   남편의  의견을  물어도  보고,   기도  가운데  대답을  찾아 보기도 하고,   또  모호한  방식이나  누군가에게 조언도  요청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내가  알게 된  것은   남성인,   앞에서  언급한   남편의  반응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다른  사람에게서도  보여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금  안도감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조심스러운  자유를  당분간은  더  누려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