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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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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


BY 플러스 2006-05-31

지난 글들의  몇 편을  더  살펴 보았습니다.   

 

이미 초기의 글에서부터  용서하고  사랑하고  이해하고  관용하려는,  아니  이미 그렇게  해결이 되어진 것처럼  보이는  차분함이  여러 곳에서 보입니다.   그러나,  내 마음의  전부가  그랬던 것은  아닐 터입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분명한  사랑이  보입니다.

 

갑자기  어머님이  떠오릅니다.

 

어머님은  성격이  유하신 분은  아니셨습니다.   급하고   기분에 따라  급격하게  좌우되는  성향을  가지셨을 뿐 아니라,   소소한  일들에  이러 저러한  규칙들을  가지고  계시길  좋아하셨습니다.    그런 점은  많은  부분에서  까탈스러움으로  보이게  마련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어머니의  성품을  알기에  며느리인  나를  안쓰러워했습니다.  물론,  내게도  어머님과의  사이에  갈등이  없었던  것이 아니며,   때로는  심하게  부딪힌 적도  두 어 번  있습니다.   그러나,  주위의  사람들의  예상만큼  고된  세월들을  보내지  않은  것은,    어머님  자신이  자신의  성품을  아시기에  조심하시기도  하고,   또 때로는  되돌이키기도  하셨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어머님이  아이같은  순진함을  가지고  계신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돌아보면,   어머님 보다는  나 자신이  훨씬 더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어머님은  쉽게  나의  부족함을  용서하셨을 뿐 아니라    잊어버리곤  하셨는데,  나 자신은  쉽게 용서하지도  잊지도  않았었기  때문이지요.   어머님이  내게  섭섭함이  들게  하거나  화가  나는  마음이  들게  하던  것들도   돌아보면,   사랑받고  싶은,  때로는  비교의  대상으로서  더 많이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서  왔던  것 뿐임을  알게 됩니다.

 

언제까지나  정정하신  모습으로  호령하실 것 같던  어머님이  작년에  우리의  곁을  떠나셨습니다.   나는  이제야  압니다.    어머님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많아   정이 들  기회가  적었음에도  내게  어머님에  대한  작은  사랑이  있었던  것을..    그리고  내가  가졌던  그  작은  사랑을   주님은  오히려  어머님이  안 계신  지금에  더더욱  키워주십니다.   내게  어머님께 대한  죄송한  마음이나  슬픔이  커질 수도  있는데,   그런  마음은  흔적이  없게  하시고,   그  대신에   어머님에  대한  기억을  가득  채우도록까지  사랑을  자꾸자꾸  키워주십니다.

 

어머님에  대한  기억들,   그  어떤  기억도  내게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법이  없습니다.   그것은  참  이상한  일입니다.    분명히  기억나는  갈등의  상황 마저도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리워지지를  않습니다.   어머니를  떠올릴 때면  행복한  마음,   사랑의  마음만이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내게  너무나  이상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내가  견뎌낼  수 있는  힘이니까요.

 

나는  내가  쓴 글들 속에서  그  글 안에  쓰여진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보았습니다.   격한  감정이  보이는  곳에서 조차도  사랑하기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훨씬  더  큰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그분들을   또는  글 속에  등장하는  자매들을   미워하고  있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사랑하고  있는  것이었던  겁니다.   글을  읽는  나 자신이  달라졌음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이것은  무책임해 보이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들을  끌어내어  놓고는,   자신은  이제  마치  홀로  다  해결된  듯,   그  사람들을  사랑하노라고  하다니요.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속에  쌓여  있던  것들을   꺼내어  놓고  나면  오히려   그  감정안에  갇힐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  꺼내 놓은  일들에  스스로  매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글들을  잠시  돌아보는  내게는   사랑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