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212

음악가의 묘 앞에서


BY 플러스 2006-04-19

고난주간이어서였을까요.   볼거리가  많은  비엔나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비엔나의  공동묘지였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 음악가의  육신이  잠들어  있는 곳,  베토벤의  무덤이었습니다.

 

너른  묘지는  밖에서나  안에서나  공원에  가까와 보였습니다.     큰 길을  따라  올라가니  왼쪽으로  '음악가의  묘'라는  표지가  보였습니다.   부근에  차를  주차시키자마자  나는  급하게  차에서  내려  표지가  보였던  곳을  향해  걸었습니다.

 

베토벤의  무덤과   그  옆에  나란히  있을  슈베르트의  무덤을  머릿속에  그리며  걸어간  곳에는   앞 쪽으로  또  옆 쪽으로  몇 개의  무덤들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눈에 들어오는  그  풍경 안에서  나의  눈은  한 번에  마치  자석에라도  끌리듯  정면에서  왼편에  배치되어  있는  무덤에  고정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발을  멈춘 채,  발을  뗄 수도,  눈을  뗄 수도  없는  상태로  선 채로  나는 그 무덤과   무덤 위에  선  기념탑을  바라보았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이  뒤늦게  따라오고,  사진을  찍기도  하며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한  지  조금  지나서야   나는  조심스럽게  발을  떼어  내가  눈을  뗄 수 없었던  그  무덤 근처로  발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가까이에서  그것이  베토벤의  무덤임을  확인하자   내 가슴 안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뭉클  위로  솟아 올랐습니다.    이미  차 안에서  베토벤과   또  그의 곁에  묻히고  싶어했던  슈베르트의  이야기,   또  슈베르트의  무덤에서  슈베르트의  뼈를  조사할 때에  있었던  부르흐의  에피소드까지도  들었던   아이들이  엄마의  표정을  살피는  것을  의식하며  그  무엇인가를  아래로  내려뜨리며  담담하게  주변의  슈베르트의  무덤과   부조가  조각된  기념탑이며  주변의  다른  무덤을  잠시  돌아보았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은  그  처음의  시선이  머문 곳에서  한 치도  떨어지지  않은 채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앉아,  엄마에게  이야기를  거는  아이들에게도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내 안으로  침잠되어지는  침묵을  깨뜨릴 수가   없었습니다.

 

남편이  아이들에게  음악가들의  무덤을  보고  무엇을 느꼈느냐고  묻는  물음에,  아들아이가  분위기를  바꿀  의도로  유머를  섞은  대답을  했습니다.  

 

유명한  사람들도  죽으면,   찬밥신세다...  라고 말이지요.   그렇게  이야기가  서로간에  오갈 때에서야  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싶어  시작한  이야기 중간 중간에   참았던  감정이  위로  다시  솟구쳐  몇 번  중단해야했습니다.

 

그것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내가  한  위대한  음악가의  묘 앞에서  절절하게  느낀  그에 대한  사랑,   한 사람의  음악가에게  가지는  사랑의  깊이,   그  음악세계,  그  정신 세계,  그  한 사람의  삶에 관하여  가지는  존경과  애정의  깊이.   이미  오래 전에  차가운  땅 속에  묻힌  한  사람의  주검을  앞에 두고  바로 그 순간  그를  잃은 듯한  상실감으로   가슴이  메이는  것은,   내가  가지는  그  사랑의  깊이 때문일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 안에  있는  것일 터입니다.

 

그가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인류에게  남긴  것은,   그가  일구어 낸  음악의  세계일 뿐 아니라,   그의  음악을  통해  그의  인생이  남긴  사랑이라고  나는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날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 안에서  사랑으로  살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사람의  위대한  음악가의  육신은  죽음으로  땅 속에  묻혔지만,   그의  세계,  그의  음악을  통한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 안에  영원히  살아 있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리고,  잠시  그  사랑이라는 것,   사람들의  가슴 안에  살아있는  사랑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주님을  위하여  박해받기도 하고  순교당하기도 하는  사람들,   그 분을  위해  인생 전체를  헌신하려는  사람들,   그들 가슴 안에  있는  그분에 대한  사랑에 대하여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사람들의  헌신은   분명  그 분에 대한  사랑에서  오는  것일 터입니다.   그들이  그처럼  목숨까지  버릴만큼  주를  사랑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들은  분명,   주님의  사랑을  그만큼  절절하게  체험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나의  예민한  감각은  음악에  대하여  활짝  열려 있습니다.   그렇기에  느끼는  감동의  섬세함,  전율은  예민한  반응체계로  내  온  몸과  마음과  정신을  휩싸이게 합니다.   때로는  스스로  제어하기  어려울 만큼  강한 충격으로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그것은  음악에  대한  예민함이며  강한  감동이며,   그렇기에  쉽게  음악에 대한  사랑,   음악가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에 대하여,   그 분이 주시는  사랑과  은혜에  대하여,   그 분의  손길과   그 분의  숨결,   그 분의  말씀에 대하여  그처럼  민감하게  반응하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때로  이야기하는  음악에  대한  사랑,  감동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것이  분명할 터입니다.    단지  음악은  언제나  있는  감각을  통해  파악되지만,   그 분의  음성은,   그 분의  가까이  계심은  준비되어져  있고,   충분히  마음과  영이  열려져 있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는  것,    내적인  조용함,  그  평정 가운데에서  완전하게  열려져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큰  차이일 듯 합니다.

 

그  집중을  이루기  어려운  것은  외부적인  요소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정신과  생각을  감싸고  도는  숱한  잡음들,   오만함,  편견,  순결치 못함,  죄의식,  나태함,  위선과  가식,  세상적인  숱한  염려와  근심들.. 이겠지요.

 

그  모든  생각 안에서  잠시..   그 분에 대하여  더욱  깊은  애정을,   깊은  감동을  내가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것은  이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   심지어  목숨과도  바꿀  수 없을만큼이라는   것을  직감하기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