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5분 일찍 도착한 레슨실의 문을 여니, 선생님이 책상에 앉아 식사중이셨습니다. 내 눈은 선생님이 들고 있던 샌드위치가 아니라, 그 먹거리를 담아 온 도시락통에 멈추었습니다. 텔레비젼이 흑백으로 방영되던 시절 학생들이 들고 다녔을 법한, 우글우글 몇 군데가 일그러진 낡은 양철통이 선생님의 책상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 낡은 양철도시락통을 바라보며 아침식사중이셨는 지를 묻는 내게 선생님은 두번 째 아침임을 이야기하시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낡은 도시락의 뚜껑을 덮으셨습니다.
잠시 인터넷에 들어와 내 방을 찾은 내게 선생님의 낡은 도시락, 그 도시락이 담겨 있었을, 늘 들고 다니시는 낡은 가방이 지나갑니다. 우리네 정서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끄러워서 들고 다닐만하지 못할 만큼 낡은 가방, 그리고 우그러진 낡은 도시락. 그리고 그러한 물건 보다도 물건들의 낡음에 전혀 개의치 않는 선생님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독일인들만큼 자신들이 어떻게 보여지느냐, 사람들이 어떻게 보느냐 하는 점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체면이 아니라 자기 자부심, 자존심의 문제에 관한 측면일 때이며, 우리네 정서의 체면이라는 면에서의 타인들의 시선이나 자신의 보여짐에 대하여는 무심하리만큼 '개의치 않음'의 태도를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선생님의 이야기 중에는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콘서트 이야기, 다양한 거장들의 레슨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 안에는 선생님의 자부심 뿐 아니라, 자신의 좋아하는 분야에 관한 시간과 물질과 생각 또 자신의 인생 자체의 편중 , 그리고 그 외의 것에 관한 한 무관심할 만큼의 관조적인 자세로, 또한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물건도 생활 패턴도 바꿀 생각이 없는 단순한 가치와 그에 따른 삶의 양식이 보입니다. 그것은 자신이 중요시하고 사랑하는 자신의 분야에 관한 자존심 외에는 타인의 시선이든 평가이든 전혀 개의치 않음이기도 합니다.
전혀 상반되는 듯한 두 가지의 태도 중에서, 그 뒷부분, 타인의 시선과 우리네의 정서상 생기곤 하는 다양한 각도와 다양한 면에서의 체면들로부터 떠날 수 있음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인 것이지요.
주변의 사소한 시선이나, 또는 사소하게 밀려오는 자의식들로부터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음. 또는 개의치 않을 수 있음. 어떤 거창한 목표를 두고서 뿐 만이 아니라, 아주 작은 일들을 놓고, 묵묵히 걸어갈 수 있음... 그런 것들에 대하여, 지금 잠시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