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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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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시린 밤에


BY 플러스 2005-12-11

딸아이의 친구가 슬립오버를 하러 왔습니다.   침낭과 파자마와 칫솔이 들었을 가방을 메고,  예쁜 부츠와 예쁜 외투를 입고  한껏 멋을 낸 채,  자신의 엄마와 함께 현관을 들어섰습니다.   이미 자신의 엄마만큼 커다랗게 자란 아이는 나보다도 한참 커서 위를 들어 쳐다보아야만 합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릴리아입니다.

 

영국에서 나고 자란 그 아이는 식탁에 앉아서도 예의를 지켜야한다고 생각하는 지,  자세며  먹는 태도며  말하는 것이며  모든 것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 마치 숙녀같습니다.   키도 한참 작지만,   조잘대며  장난치고  떠드는 나의 딸아이는 그 아이 앞에서 마치 손 아래 동생처럼  또 어리기만 한 아이처럼 보입니다.

 

열 한 살,  열 두살의 여자아이들을 데리고 밤길을 나섰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사주려는 생각에서였지요.  

 

밖에 나와보니   검은 빛 속에  파란 빛을 가두고 있는 듯한  맑은 하늘이  차갑고 맑은 공기 속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그 하늘에는  별들이 듬성듬성 빛이 납니다. 

 

캄캄한 밤길 속을  차 안에서 지나며,  딸아이가 쉴 새없이 조잘댑니다.  가끔씩 한 마디 하듯 툭툭 던지는 친구와는 대조적이기까지 합니다.  이 밤을,  이 맑고 아름다운 밤을  딸 아이와 나누고 싶어 내가 이야기합니다.   하늘에 구름 한 점이 없이 참 맑다고 말이지요.   잠시 멈추어 엄마의 말을 들은 딸아이는 곧 자신의 이야기로 돌아가 학교이야기를 합니다.  뒤에서 친구인  아이가 내 말을 조용히 받습니다.   저기 별 하나가 보인다고 말이지요.   그 말이 마치 감상적인 사춘기 소녀의 말처럼 가라앉은 채 들려왔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집어들고,  그리고 다시 그 맑은 밤을 지나서 돌아왔는데,  내게 자리잡기 시작한  어떤 감정이 사라지지를 않고,  자꾸만 커져가려고 합니다.   내가 삼십 대의 초반이었던 어느 날,  나는  사십 대에 들어 선 한 여인이 그런 글을 쓴 것을 보았습니다.   세상이 너무나 아름다와 눈물이 난다고 말이지요.  꽃을 보아도 눈물이 나고,  하늘을 보아도 눈물이 난답니다.  너무나 아름다와서 말이지요.   그 때 이해하지 못한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이제는 나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저 맑고 아름다운  밤하늘은  내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너무나 아름다와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