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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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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꿈


BY 모퉁이 2008-09-26

딸의 꿈은 비행하는 것이었다.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다며 그런 학과를 택했고

책상 위에는 모형 비행기가 두 대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되지 않은 청년실업이 기사화되어 나올때마다

아이는 내 눈치를 나는 아이 눈치를 본다.

엄친아.

엄마친구의 아들의 신조어라 한다.

엄마친구의 아들은 못하는 것이 없다.

공부도 잘 해, 얼굴도 잘 생겨, 착하기까지 하단다.

주변에는 어쩌면 나와 다른 사람이 그리 많은지

잘난 자식 자랑하는 사람이 실제로 더러있다.

학교 다닐 때에는 장학금 받는 이야기에

졸업을 해서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대기업에 척하니 취업을 했다는 소리도 하고

유학이야기도 쉽게 하는 무리 속에서 나는 입병난 사람처럼 듣기만 했다.

사대문 안에 드는 대학도 아니었고,장학생도 아니었고,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이 된 것도 아니었다.

산책로 등산길을 따라 나서는 아이가 모자를 깊게 눌러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묻기도 겁나서 말없이 걷기만 한다.

어떤 친구는 용돈도 주지 않고 욕바가지를 쏟아 부었더니

아르바이트라도 나서더라며 강하게 하란다.

나는 못하겠다.

욕하고 윽박지르는 것이 강하게 키우는 것일까.

전들 엄마한테 벌리는 손이 얼마나 오그라들었을까.

면접이 있는 날은 나도 힘들었다.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으면 한동안 말이 없어진다.

 

청년실업에 일조를 하고 있던 딸이 모 금융기업에 취업이 되었다.

정식채용이 아니고 계약직이란다.

1~2년 계약이 끝나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하지만

계약직이라는 것에 아이는 실망스러워 한다.

나도 그런데 본인이야 더하겠지.

출근을 시켜놓고도 혹시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되었다.

아니면 그만둬야겠지만, 그렇다고 쉽게 그만두라는 말도 하지 못한다.

고학력취업자들의 이직률 또한 높다는 통계가

적응력이 약하고 힘든일을 기피하는 것도 문제이지 싶다.

 

며칠을 힘들어 하던 아이가 차츰 적응이 되어가는지

회사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도 늘어놓고

선배들의 이야기도 해주고

여러 고객들을 만나다보니

옳고 그름의 기준이 생기는 모양이다.

때론 스트레스가 되는 고객도 있겠지만

성장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어떤 고객에게도 친절을 모토로 삼고 대하다보면

대처능력도 생기게 되겠지.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삶이 얼마나 될까.

지금 위치에서 소침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록 하늘을 나는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책상 위에 나란한 두 대의 비행기는 오늘도 그 자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