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오랜지기들이 올 여름 휴가를 함께 하기를 원했다.
11쌍이 각자 다른 분야에서 자기 일을 하고 있지만
올해는 특별히 국내가 아닌 해외여행을 2년 전부터 계획하긴 했었다.
다달이 얼마씩 비축한 돈도 좀 있고,해서 날짜와 장소가 잡혔는데
멀리는 못뛰고 태국으로 몇박몇일 해서 날짜 맞춰
휴가 계획을 마무리 했다.
그런데,그 11쌍 중에 한 쌍이 불쌍하게 되어 버렸다.
그 불쌍한 쌍이 바로 우리 쌍이다.
우째 이렇게도 여행 복이 없는지...
동창들과 가기로 했던 동남아 여행도 새끼들 고3 핑계로
하나가 빠지게 되어 미루다 다음해 되면 또 하나가 빠지고 그러다가
결국 여행비 돌려주는 불상사가 생기더니(그렇다고 돈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다)
부부동반 여행도 우리만 쏙 빠지게 생겼다.
사장님이거나 좋은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은 휴가도
맘대로 잘 맞춰 내구만 융통성 없는 직장에 다니는 우리집 남자는
그것도 맘대로 되지 않아 친구들과 휴가 날짜를 같이 내지를 못한다.
모임에 총무라 여권 문제며 계약문제 때문에 헐레벌떡 다니는 일은 남자가 했지만
그간의 회비를 정리해서 송금 하는 일을 내가 했다.
우리 통장에도 몇푼 들어오긴 하지만 뽀로퉁한 마음은 사그러 들지 않았다.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패키지 여행은 그저 수박 겉핥기 식이라며
얼버무리려 한다.
수박 겉도 잘 핥으면 단맛을 본다는 것은 왜 모르누.
주말 등산을 함께 하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어떤 학생이 커다란 가방을 밀고 어딘가 가는 모양이다.
[여행 가는 사람들 저런 가방도 준비해야겠네..]
작은 소리로 말했는데 들었나 보다.
[내가 말 안할라고 했는데 저번에 계약하러 갔더니
여행용 가방을 하나 주길래 나는 필요없어서 같이 간
00이(회장님) 줬다.우린 필요없잖아..]
츠암..있으면 언제 써도 쓰이겠지..주는데 남 줄 건 뭐람..
더워서 주절주절 말도 안나왔지만 하고 싶은 말도 없었다.
입을 꼭 다물고 한참을 가는데 하지 말아야 될 말을 하고야 마는 남자.
[당신도 가고 싶나?]
츠암..그걸 말이라고 하는지..
나는 뭐 맨날 북한산이나 올라가면 그만인줄 아는 모양이지?
대답도 하지 않고 발끝만 보고 터벅터벅 걸었다.
갑자기 발걸음은 왜그리 빨라지던지 바로 뒤에 오던 남자의
기척이 멀어졌다 가까워 졌다 한다.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여행비는 굳었지만 다음 여행 계획은 아직 없다.
나도 여행 가고 싶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