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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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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군 (6)


BY 모퉁이 2005-06-12

주말농장 답사를 갔던 때가 작년 6월이었는데

햇볕이 무척 따가워서 숨이 목구멍까지 찼었다.

손을 타지 못한 농작물은 이미 지쳐있었고

일부는 비어있는 밭이 있었으니 처음 마음이 아니었음을 느꼈다.

그럼에도 시작한 이번 농장체험은 성공해야 될텐데

벌써 지치면 안되는데..주말이 아니어도 가보면 좋을텐데

시간이 여의치 못하니 주말이라도 건너뛰지 않고

매주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한번 수확한 열무는 땅을 뒤집고 거름을 해야 된대서

이번 주말은 쉬는 주말이라 일찍이 집을 나섰다.

주차된 차량이 몇 대 없는걸 봐서 우리가 일찍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있음직한 장년층이었다.

 

주중에 내린 비로 상추는 도도롱 방울을 머금고 있었다.

일주일 사이에 상추잎은 밭을 덮고 있었고 지난주보다

상추잎이 연했다.비를 맞아서 그럴까.

 

심은지 3주일째 되는 시금치는 벌레잎 하나 없이 풍성하게 자라 있었다.

지난주에 솎아줄 걸 그랬나..빽빽하게 자랐다.

주위에 시금치 심어놓은 밭 구경을 못해서 얼만큼 더 두어야 될 지

몰라 모두 수확하기로 했다.

연한 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실로폰 소리처럼 경쾌하다.

아사삭 한 잎 베어물어 보고 싶었다.

시금치는 생으로 먹는 것이랑 데쳐 먹는 것이 다르다는 것 같았는데

우리가 심은 시금치는 어떤 종류인지 모르겟다.

겨울에 사먹었던 포항초와는 다른 것이 줄기가 길고 잎이 넓었다.

뿌리는 발갛지 못했다.덜 영글었나도 모르겠고...

김밥에 넣으면 적당할 길이였다.

 

다른 집은 고추모종을 둔덕을 만들어 주었는데

우리는 맨땅에 얕게 심었었다.

무슨 이유로 둔턱을 만들었는지도 모르면서

지난주에 호미로 흙을 파서 낮은 턱을 만들어 주었다.

갖가지 흉내는 다 내어본다.

고추모종은 제법 꼿꼿하게 섰고 세워놓은 지짓대는 아주 고향스럽다.

어느집은 프라스틱 지지대를 사서 세워주었고

옆 농장에는 세탁소용 옷걸이를 벌려서 세워 묶었는데

고추모종보다 옷걸이가 더 빈약해 보여 같이 쓰러질 것 같다.

곳곳에서 아이디어들이 보인다.

고초모종 지지대에 면장갑을 씻어 꽂아 놓은 집도 있었다.

젖은 장갑을 말리겠다는 것이겠지.재밌다.

 

열무밭은 갈아서 거름을 주어야 된대서 마음먹고 왔는데

싹이 불쑥불쑥 나와 있었다.

곳곳에 드문드문 빈 자리도 있었지만 나온 싹이 더 많아서

그냥 두기로 했다.

빈 자리에 씨앗을 숨겨놓았다.

 

대부분 두번 째 심은 작물은 실패가 많았다고들 했다.

벌레도 많이 먹었고 비둘기 모이가 된 게 많았다고 했다.

수확철이 되니까 온통 푸른 잎사귀만 있고 알갱이가 없으니

비둘기가 배가 고픈 모양이다.알맹이만 찾다보니

두번째 심어놓은 씨앗들이 수난을 당하나보다.

 

시금치를 뽑은 자리에 곡괭이로 땅을 뒤집었다.

그리고 시금치를 또 심었다.

어떤 시행착오가 생길지 또 두고 볼 일이다.

 

비가 와주어서 땅은 젖어있었지만

그냥 가기 섭섭해서 물을 뿌리고 왔다.

오늘도 햇살이 강한데 목 마르지 않은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