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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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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군..(1)


BY 모퉁이 2005-04-17

올해는 늦추위가 있어서 씨앗 뿌리는 시기가 늦어졌다고 한다.

때문에 주말농장 개장일도 예년보다 늦어졌다.

지난주말 주말농장의 개장이 있었다.

전날 내려준 비가 고맙게도 씨뿌리기 좋게 도와주었다.

 

순번이 적힌 팻발을 찾아 갔다.

적당한 자리에 배정이 되어 흡족했다.

호미와 쇠스랑은 빌려주었다.

씨를 뿌릴까,모종을 할까 망설이다

농사에 경험이 있다는 이웃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우선 상추는 모종 반,씨뿌리기 반을 하고

열무,청경채,쌈케일등 우선 주위에 흔한 몇가지를 씨뿌리기로 하였다.

 

상추 모종을 옮겨 심으려고 하는데

이웃하고 있는 농장 주인이 우리더러 자주 올 수 있냐고 물으신다.

자주 와야 일주일에 한번 정도 올 수 있다 했더니

쓰고 남은 것이라며 검정색 비닐을 한 장 주셨다.

비닐의 가장자리를 흙으로 돋우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다독인 후

비닐에 구멍을 파서 거기에 상추 모종을 심으라신다.

그렇게 하면 잡초도 덜 생기고 온실 효과로 수분 증발을 막을 수 있어

자주 돌보지 못하는 작물에 적당한 방법이라고 일러주셨다.

일러주신대로 상추 모종을 옮기는데

간격 조절을 잘못하여 나중에 두 줄은 촘촘하게 심어졌다.

나란히 골을 파서 씨를 뿌리고 살살 조심스럽게 흙을 덮어주고 일어서니

바지가랭이는 몇마지기 농사 지은 사람마냥 흙투성이다.

그래도 뿌듯한 마음에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가능하면 주일마다

찾아오마고 나직히 다짐을 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오늘

평소같으면 산으로 달아날 시간에 농장으로 향했다.

네 식구가 외식을 한번 하려해도 시간 맞추기 어려웠는데

마침 시간이 맞아서 나들이 삼아 네 식구가 함께 갔다.

'씨는 제대로 뿌려졌을까.싹은 났을까.얼마나 났을까.' 궁금했다.

농장 입구에 들어서니 벌써 다녀가고 있는 사람,

우리처럼 막 들어오는 사람,물 뿌리는 사람,씨뿌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혹시나 했던 일이 사실로 다가와 있었다.

파릇파릇한 새싹이 삐죽삐죽 돋고 있었다.

씨가 몰아 뿌려진 곳에는 촘촘히,드물게 뿌려진 곳에는 드문드문,

어떤자리는 아예 싹이 보이지 않은 곳도 있었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

싹이 나지 않은 곳에는 남은 씨앗을 더 심을까 하는데

늦게 틔울려고 땅 속에서 오래 움크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며

성급하게 땅을 파지 말자는 아이들 말을 듣기로 했다.

물조리개 두 개를 빌려와 물을 흠뻑 뿌려주었다.

 

작년에 답사를 왔을 때가 6월 초였다.

푸성귀들이 마구 자라서 욕심나게 했었다.

농장 앞 개울가에는 개구장이들의 물놀이장이었고

그늘진 천막안에서는 점심을 먹을 수도 있었는데

이제 시작이고 수확철이 아니어 그런지

천막 안은 사람들이 더러 있었지만 물 가는 아직 한산했다.

버린 바지가랭이를 물에 털어 씻고 돌아보니

드물게 조그맣게 자란 쑥이 보였다.

쑥을 캐고 싶다 했더니 아이들은 시큰둥한다.

쑥 캐는 재미를 한번도 느껴본 적도 없으니 당연하다 싶다가

쑥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알기나 하는지 참..내 딸이지만 안타깝다.

 

이제 시작이다.

친구들 말을 빌리자면

상추 천 원어치면 실컷 먹을텐데 왠 고생이냐하고

누구는 두 달을 못 넘기고 포기했다고도 한다.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일테다.

'하다 안되면 농사나 짓지' 라는 말은 모르는 말씀이란다.

농사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하다 안되면 하는 일이 농사라 하냐고 꾸짖던

어떤 어른의 말씀이 생각난다.

 

한줌도 안되는 씨를 뿌리면 한아름의 수확을 안겨주는 것이 농삿일이다.

훅 불면 날아갈듯 조그만 씨앗이 흙속에 묻혀

스스로 힘으로 밀쳐내기란 도저히 힘들 것 같은 흙을 파헤치고

그 가녀린 싹이 쑥~올라오는 것을 보면 자연의 힘,섭리에 감탄할 뿐이다.

쉽게 포기하는 우리들,그 작은 싹돋움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

이번 주말농장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연의 힘과 섭리만 배운다 해도

절반의 성공이 아닐까 싶다.

다음 주에는 또 얼마만큼의 싹이 자랐을지,상추 속은 얼마나 찼을지

올해는 기다림의 미학도 배우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