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 어제 한숨 자고 일어난 딸애가
록희를 다른 곳으로 보낸다는 말에
밤새도록 엉엉 울면서 록희를 안고 어찌나 안절부절 못하는지
드라마도 그런 드라마 연출은 없지 싶데요...
한참을 울더만 갑자기 사진기를 꺼내서
록희를 이리 찍고 저리 찍고
눈물 한번 닦고 사진 한판 찍고
코 한번 팽풀고 다시 사진 셔터 누르고...
'어이구, 지집애..지 엄마가 죽으면 저리 섧게 울까...'
록희도 뭔가 눈치를 챘는지 울먹울먹 하더니
결국은 들썩이며 누워서 훌쩍이는 딸애옆에서
눈물을 졸졸 흘리는 촌극을 연출하지 뭡니까.../
세상에나!! 저요
참말이지 충격이데요
개도 사람처럼 들썩이며 훌쩍거린다는 거, 처음 알았네요
어찌나 놀랍던지요...
이쯤되니 저도 모르게 같이 눈물이 찔끔이고.
아들녀석은 지방에서 학습지하면서 연신 손등으로 눈물 훔치고.
한숨 푹푹 쉬던 남편이
<당분간 철회- 보류>를 선언했네요
딸애, 지 방에 가서 뭔가 꾸물꾸물거리더니
진한 매직으로 각서를 써왔데요...ㅎㅎㅎ
<앞으론 록희만 델꼬 시간 보내지 않고
학습지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해서 엄마한테 검사맡고
공부도 매일매일 예.복습 할 것이고
미리 언니처럼 평소에 꾸준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 낼거며
무엇보다 엉망인 책상정리 정돈 깨끗이 할 것이라고 ..>
딴에는 남다른 다짐인 것 같긴한데
그 결심이 얼마나 갈지는 두고봐야 겠네요
어쩌면 비가 와서 일단 보류에 한몫을 더한 것 같기도 하구요
간밤에 둘이서(딸애와 록희) 밤새도록 안고 제대로 잠도 못자더니
딸애는 오늘 안심하고 학교로 가고
록희는 지금 제 발밑에서 밀린 잠 새근새근 자고 있네요...
중간에서 제 기분도 왔다리 갔다리
참으로 묘한 비오는 날입니다요...
에구, 그나저나 은근히 주부습진 탈출을 꿈꾸었던 강릉댁의 꿈은
오늘로서 다시 물거품이 되얏습니다 그려,,,/
2003. 07.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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