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낮인데도 안개가 뿌옇게 내려 앉은 바다는 한폭의 엽서 같다.
조심스레 물살을 가르는 배와 규칙적으로 날개짓하는 갈매기만이 바다가 실물임을 열심히 알려주는 듯하다.
한 폭의 잘 그려진 엽서와는 다르게 변화를 강요하는 실물이 두렵다.
그 변화를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한바탕 호들갑스럽게 보고만 올 수 있다면 무슨 상관이겠냐만은,
그 변화에 따라 나까지 일렁거려야 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
안갖힘을 다해 금방 자리를 잡았는데 다시 들쑤셔대는 아이들과 윗 사람들......
끈질기게 소리쳐대는데 꼼짝도 않는 나를 보고 그들은 고집스럽다 한다.
변덕스러운 그들 속에서 낯설어 멍하니 서 있는 것 뿐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