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한기를 느끼고 차렵이불을 끌어 당겨 덮다가
휴대폰의 시간을 보았다. 새벽 4시15분,
알람이 울리려면 아직 한 시간이 더 남았다.
다시 자려다가 소변이 마려워 거의 눈을 감은 채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눈을 다 뜨고 보니
‘으악! 누가 또 비데 뚜껑과 변좌까지 올려놓았어.’
‘으~ 찜찜해,’ 그래서 눈이 감기는데도
찬물로 반 목욕을 하며 짜증을 내었다.
‘누구야 ! 비데 변좌까지 올리고 소변보았던 사람’
‘어이구~ 잠 다 깨버렸어.’ 이러고 중얼거리며
30분이라도 더 자려고 반쯤 눈을 감고 컴컴하여
대충 발을 디디며 내 자리 찾아 가다 뭐에 걸려 철퍼덕 엎어졌다.
남편 발이었다.
“어이구 내가 미쳐 자다 일어나 이게 뭔 난리야.”
하며 누웠더니 내 옆에서
"키키키키" 하고 웃는 소리가 났다. 짜증이 나서
"웃기는 뭘 웃고 있어."하며 대충 탁 한대 때렸다.
그래도 킥킥 웃던 남편이 하는 말
"빰을 때려, 빰을 때려." 그러는 것이었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지만, 내 쪽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엉? 그랬나? 거 반드시 눕지 왜? 이쪽으로 보고 누웠어.
나는 어깨인줄 알았지." 그러고는 나도 뺨을 때린 게
미안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크크크크 웃고 있는데
남편이 계속 킥킥 웃으며 조용히 가느다랗게 하는 말
"이혼 사유가 되." 라고 하여
"뭐라고?"하고 물었더니
"이혼 사유가 되" 하는 것이었다. 참 나 어처구니없어서
"그러니까 제발 비데 뚜껑 좀 덮어 놓으라니까." 이렇게
반박 하고서도 왠지 통쾌한 웃음이 나와 흐흐 웃다가 날 샜다.
결국 5시 10분에 알람이 울리자 일어나 부엌으로 나와서는
또 웃음이 터져 혼자 킥킥거리며 반찬 만들기를 시작하였다.
한참 후 일어난 남편이 내게 와서
“거 누가 그랬는디?” 하며 능청을 떨었다.
이렇게 해서 오늘 또 하루가 시작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