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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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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날더러 귀여운 엄마라네


BY 자화상 2007-04-23

 

산에를 가려는데 딸이 수업이 없다며

컴퓨터로 전공자료 찾는다고 집을 지키고 있겠다하여  

안되겠다 싶어 키를 챙겼다. 

"아무리 키를 가져가셔도 암호 대기 전에는 안 열어 줄 거예요."

하기에 제발 봐 달라고 사정해보았지만

이중 잠금을 해 놓겠다며 암호 잊지 말라는 엄포였다.

 

이웃집 창피하게 또 '못 생겼다. 뱃살이 삼겹이다. 짜리 몽땅이다.'

이 암호 셋을  어떻게 큰소리로 말 할까 생각해도

암호를 안 대고 쉽게 집에 들어 올 방법이 없었다. 

 

일단 암호 대라 하고 문 안 열어주면

나 삐질 거라고 어디 누가 이기나 보자하며 산에를 갔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갑자기 묘책이 떠올랐다.

틀림없이 딸은 내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

재빨리 현관문 이중 잠금을 할 것 같았다. 전에도 그랬으니까.  

 

그래서 떠오른 묘책은 한 층 아래에서 엘리베이터를

멈추게 하여 내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주 살금살금 걸어서 한층 계단을 올라갔다.

그 다음엔 소리 없이 키를  재빨리 열쇠구멍에

넣어 돌리고는 문을 확 열어 버렸다. 그러자  

"어이구야. 이럴 수가!" 하며

딸은 예상 밖의 내 출현에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처구니없어 하였다. 

그 모양이 어찌나 우습고 내 재빠른 행동이 얼마나 대견하던지

나는 거실 바닥에 뒹굴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참을 큰소리를 내며 웃어도 웃음이 그쳐지지 않았다.

 

기막힌 작전 성공이었다.  

참패를 당한 딸이 

"아니, 세상에 어째 엘리베이터 소리가 아래층에서 나기에 

설마 거기서 내려  소리 없이 층계를 걸어 오셔서 

이런 식으로 엄마가 문 열고 들어오실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구만..."

그러면서 딸을 속이니 재미있느냐고 물었다. 

그럼 이보다 더 스릴 있고 재미있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며 

멈추어지지 않는 웃음으로 오랜만에 호탕하게 웃어 보았다.   

 

딸은 앉아서도 실실거리며 웃고 있는 나의 등 뒤에 다가와

나를 감싸 안으며

"아이구 우리 귀여운 엄마, 정말 귀여워 죽겠어."

하는 것이었다.

남편도 요즘 내게 귀엽다고 하더니만, 내가 쉰 살에서 멈추고

다시 아기가 되어가고 있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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