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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디 사돈을 다 꼬집는다요?


BY 자화상 2007-03-18

 

" 어머님은 딸이 얼마나 보고 싶은가 막 재촉을 하는디

그 비싼 링거를 빨리 빼라고 얼마나 다그친 줄 아요? "

올케언니가 말했다. 그래서

"아, 영양제니까 천천히 다 맞고 오시지 뭘 그렇게

서두르셨어요?"

그랬더니 올케 언니가 하는 말

"근디 어머님은 사돈을 다 꼬집는 다요?"

하기에 무슨 말인가 하고 물었다.

 

올케언니가 어머님을 모시고 가서 목욕을 시켜 드리고

올케언니의 친정 언니가 간호사 이셔서 영양제를

놓아 달라고 부탁하여 맞고 있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내가 친정에 가서 어머니가 안 계셔서

올케언니에게 나 왔다고 어머니 모시고 오라고 전화를 했었다. 

 

그랬더니 내가 친정에 왔다는 걸 전해 들으신 어머니께서 

맞고 있던 링거를 도중에 빨리 빼라고 재촉을 하셔도

사돈이 비싼 거라 다 맞기 전에는 뺄 수 없다고 고집하였다는 것이었다.   

마음이 조급해진 어머니께서 더 못 기다리시고  

TV 보고 있는 사돈의 허벅지를 꼬옥 비틀어 꼬집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너무 웃겨서 우리는 모두 한바탕 웃었다.

 

그렇게도 딸을 빨리 보고 싶어 하셨다니 눈물이 나오려 하였다.

일 년 만 이었다. 

작년에 어머니 생신 때 뵙고 이번에 또 생신이라 찾아 뵈러 간 것이다. 

78세이신 어머니는 일 년 사이에 더 주름이 늘어 있었다.

몸이 건강치 않은 탓에 기운도 없어 보이고

목소리까지 가늘어져 정말 노 할머니가 되어 계셨다.

 

어머니의 시어머니이신 내 할머니께서는

98세이셔도 정정하시고 아직 핸드폰까지 사용하실 정도로

눈도 밝고 촉기도 있으시다고 들었다.

그런데 내 어머니는 벌써 가사 일을 놓으시고

팔순이신 아버지께서 진지를 차려 같이 드신다고 하니 짠하고

마음이 서글퍼졌다.

 

다행히 아버지께서는 세월을 거꾸로 사시는지

더 동안이 되시고 젊어지셔서 오토바이에 세발 바퀴달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안전한 의자가 놓인 탈 것에

어머니를 태우시고 운동 다니신다 하여 다행이다 싶었다. 

제발 정신력으로 버텨 주셔서 건강하게

더 오래 사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잡채를 잘 먹어야."

하시는 어머니께 잊지 마시고 한봉지씩 꺼내 데워 드시라고

냉동실에 잡채를 포장해 채워 넣고

전복죽도 만들어 데워 드시라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우리 김치가 제일 맛있어야."

하시며 가져 가라시는 묵은 김치를

아버지께서 김치 통에 담아 주셔서 가져왔다.

오늘 아침 그 김치에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다  나를 빨리 보려고

사돈의 허벅지를 꼬집으며 주사 바늘을 빼 달라 하셨다던

어머니가 생각나 웃음이 나왔다.

 

이젠 더 자주 어머니를 뵈러 다녀와야겠구나 생각은 하지만,

바쁜 내게 그럴 여유가 주어질 지 모르겠다.

노력해보아야겠다.

또 뵈올 때까지 어머니 제발 건강하시기를 마음 가득 기도드린다.   

 

 

200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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