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자기들의 편지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감추면서 읽고 있었다.
선물은 비록 값 비싼 것이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모두 선물에 기뻐 하였고, 예쁜 미니 봉투에
넣어 붙여진 편지 내용을 더 궁금해 하였다.
조그만 눈들로 자기 거 읽고 나서 활짝 웃으며 남의 거는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여 훔쳐 보려
하고 상대 아이는 왜? 보려 하느냐고 숨기며 눈을 흘기고 하는데 모두 귀엽고 예뻤다.
아이들은 금세 비밀을 만들었다.
내가 보았던 아이들마다의 장점을 칭찬해 주고 앞으로 더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을 편지로
써 주었는데 그네들 마음에는 절대 보여주면 안되는 비밀이 되어 버린 것이다.
밤 새워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포장하고 편지를 쓰면서 문득 수년 전에 내 딸과 아들에게는
이렇게 정성들여 어린이 날 선물을 주었던 기억이 없음을 깨닫고 미안함을 느꼈다.
학원생들을 위해서만 애썼던 그 때 우리 딸과 아들은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투정없고 고분고분 말 잘듣는다고 착하다고만 생각했던 나는 참 이기적인 엄마였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다니 나도 참 늦 터지는 엄마라고 스스로 자책하였다.
지금이라도 어린이날 축하 문자나 보내 놓아야겠다.
저녁에 열어 보고 킥킥 거리며 웃다보면 공부하느라 쌓인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 버리겠지.
그리고 내 아들도 비밀을 만들거다.
친구들이 왜? 웃느냐고 물을 텐데 고 2 나이에 밀린 어린이날 축하 문자 받았다고
자랑을 못 하겠지.
20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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