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995

고스톱에 숨은 사랑


BY 자화상 2004-11-27

가족 넷이서 오랜만에 뭉쳤다.

시아는 동전이 엄청 들어있는 저금통을 가져오고 호야는 꽁쳐둔 천원자리

지폐를 아홉장 가져오고, 아빠는 만원자리 한장 내놓고

나는 동전 천원짜리 만원짜리 합쳐서 일만 오천팔백원을 내놓고

고스톱 판을 벌렸다.

깍쟁이 시아는  돈 계산 하나는 정확히 하고, 머리 좋은 호야는

내것 패를 눈치것 보아 가며 적당히 광 팔아 돈 뜯고

어거지 아빠는 바닥에 깔린거 모르게 주어 가고 들켜서 벌금 물고

두장식 패를 감추어 하다가 벌금 물고

나는 피박 면하려 슬쩍 피를 내려 놓다 걸려서 벌금 물고

호야는 본전 양말속에 감추어 두고

돈 잃고 속 좋은 사람 없다며 남의것 점수 계산 해주고

피박 광박 알려주고 댓가로 돈 뜯고

서로 웃기고 웃겨서 실컷 웃다가 보니

금새 세시간을 놀았다.

내가 돈 다 잃고 돈 떨어져서 그만 하자고 해서 끝내고 나니

시아는 8천원 잃었고

호야는 2천원 땄고

아빠가 돈을 쓸어 모았다.

 

제일 수입이 많은 아빠가 돈을 시아와 호야에게  나누어 주고

오랜만에 실컷 웃었던 우리 가족은

흐믓한 마음으로 각자의 할일을 찾아 하였다.

 

아빠를 즐겁게 해주는 일중의 하나가 고스톱이며

바둑과 장기다.

시아가 바둑은 아빠보다 약하지만 장기는 맞수여서

아빠를 위해서 매일 짬을 내어 한두시간씩을 장기를 둔다.

아빠가 제일 즐거워 하는 시간이다. (대학생인 시아가 공부

해야되는데도 아빠를 위해서 놀아주고 있다)

 

호야는 바둑도 장기도 아빠보다 훨신 고수여서

시작 했다 하면 금새 끝내 버리고 자기 할일을 하는데도

아빠는 아들과의 짧은 시간을 같이 하는것만 으로도  좋아 한다.

나는 집안일과 부엌일이 많아 이따금 바둑을 두어주고

이런 저런 얘기로 시간을 함께 해주고

나의 시간은 주로 이렇게 밤에 잠을 줄이고 찾아 갖는다.

 

아빠는 항암 치료가 드디어 이제 일주일 남았고 이후로는

몸 보신좀 하고 쉬다가  12월 중순에

검사 받고 (C.T 등) 1월에서 수술 날짜 잡아서 수술하면

그 이후로는 잘먹고 잘쉬고 운동하고 즐겁게 살면

완치할수 있게 된다.

얘들과 나는 아빠에게

가족의 소중한 사랑을 늘 잊지 말고

용기를 갖고 병을 이겨내고 삶의 의지를 굳건히

다지게 하기 위해 셋이서 돌아가며

아빠를 위해 시간을 내어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아빠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할때 우린 희망을 보고 있다.

갑자기 잃어버린 우리 가족의 웃음이 다시 돌아 오고 있음을 ....

2004.11.27. 기쁨의 내일을 기다리며

등록
  • 낸시 2004-11-27
    님의 글을 읽으면서 부러운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끼리 같이 나눌 수 있는 취미가 있다는 것이..., 옛날 생각이 났네요. 우리도 엄마, 아버지, 남동생, 나. 이렇게 넷이서 화투판을 가끔 벌였거든요. 울엄마가 민화투 밖에 몰라서 노냥 민화투만 쳤지만... 혹시 10년 쯤 전에 분당 산 적 있으세요? 님의 글을 보면 혹시 그 때 만났던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참 친절하게 내게 바둑을 가르쳐주었었는데...
  • 밥푸는여자 2004-11-27
    다복한 가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희망을 잃지 않고 더 나은 인생의 풍요를 위해 전진해 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어요 부군되시는 분..빠른 회복과 건강한 마음을 위해 기도합니다..
  • 자화상 2004-11-29
    낸시님 안녕하시죠? 늘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전남에 살고 있답니다. 가까이 사신다면 바둑을 가르쳐드리고 싶네요. 아쉽네요.
    밥...님 관심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가족이 다시 예전처럼 평화를 찾는데 용기를 주심에 깊이 감사 합니다.
    두분 가정에 늘 평화와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람니다.
  • 수홍수 2004-11-29
    즐거운 놀음을 하시는 님들 위법은 아닌가요? 가족들의 사랑에 힘입어 좋은 소식이 있으실거예요
  • 나요 2004-12-12
    참 예쁘고 재밌게 사시네요...세상이 각박하고 경제가 불황일수록, 가족애가 투터워 짐을 느낍니다만, 자화상님 가족들의 서로에 대한 배려가
    가슴이 찡 하도록 곱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