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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시
BY 나진희 2008-07-13
연시
나진희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여름 내내
푸른 잎 사이 있는 듯 없는 듯
서두르지 않는다.
붉게 무르익어
단연 돋보일 때까지
풋감은 아무도 찾지 않기에
덜 익은 감은 떫은 맛만 나기에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사르르 녹아드는
아이스크림 같은 이 맛은
끝내 견디지 못하고 포기해 버린다면
지난 여름 태풍에 떨어진 감처럼
아무것도 아닌
나는 아직 풋감이다.
-광장,2008,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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