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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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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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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걷이


BY 원불화 2004-10-25

오늘 시골 어머니댁에갔다

 

어머니는 나를 보시더니  오늘 안바쁘냐 하시며

 

반색을 하신다

 

오늘은 바쁘지 않은데요 하니

 

무슨 할일이 있으신듯 하다

 

나 마루를 비로 쓸고  걸레고 거실바닥을 딱을려고하니

 

"지금 청소할시간이 다  헌집에가서 고추를 따야 된다" 하신다

 

엘레베타를 누르고 서있는데  문이 열린다 어머니께서 얼른 타시기에

 

이거 올라가는건데요 하니 올라갔다 내려가면 된다고하시기에 그냥 나도 함께

 

타고 맨꼭대기층까지 같다가 내려오는데    한 할머니께서 타신다

 

어머니께서는 어데 가시냐고 인사를 하시고 

 

할머니께서는 80이 넘으셨다는데도 혼자서 병원을 가신단다

 

연세도 많으신데  어떻게 혼자 다녀오세요 하시니

 

그럼 어떻하우  할수없지  재만 넘으면 되니깐 하신다

 

"재"란 아파트 언덕을 말하시는것이다

 

우린 시골집에가서 고추를 따고  어머니께서는 무우생채를 하시고 싶으셨는데

 

썰수가 없어서 못하셨다고  나보고 무우생채를 하라고 하신다

 

고추를 어린데 큰것 붉은것  모조리 따나가는데 

 

어머니께서  붉은거 다 땃으니 그만 따자고 하신다

 

무우를 뽑아 씻어놓고 고추를  어린애고추 붉은고추 파란 큰고추  매울거같은고추

 

그렇게 골라서 넣고  매울거같은 고추는 송송 썰어서 냉장고에 넣고 겨우내

 

된장 찌개에 넣어먹고    큰고추는  고추 삭임을 할것이고

 

붉은고추는 썰어서 널어말리고  애고추는 조림을 하면된다

 

점심은 국수를 삶아 김치에 무쳐서 먹고

 

무우를 채썰어 무우생채를 하고

 

고추는 송송 썰어 비닐에 셋으로 나누어 담고 나니

 

어머니께서 콩을 까불르시며 콩비지를 해먹게 갖이고 가라고 하신다

 

그콩을 비닐에 담고 나니

 

마당으로 나가셔서  풋콩을 따시고 계시기에 나도 나가 따고 나니

 

이번에는 널어논 콩을 따신다

 

난 도리깨로 내려쳐보니 이게 도리께 니무자락이 콩에 가서 맞아주어야되는데

 

기둥이 가서 땅에 박는 꼴이다

 

소리도 탁 탁 그런소리가 나야되는데 턱 턱  힘없이 내리꼿아버린다

 

다시 한번 돌려 내리친다는게 도리깨 막대기가 돌지를 않고 벗벗하게 매달려있다

 

어머니  그만 두어라 공연히 도리깨까지 꺽어놓아 못쓰게 하지말고

 

그런 발로 밝아 볼까요 하며  콩깍지를 발로 밝으니 이것도 잘안된다

 

그러는 와중에 동네 아주머니 네분이  도리깨 소리에 콩터는줄알고 온다고

 

언덕 너머 다른 집 콩 다 따주고 오시는 길이라며

 

오셔서  이제 연로하셔서  팔 다리 허리 모두 아프신 분들이라

 

도리깨질도 못하시고 막대기로 털어줄테니 막대기를 갖이고 오란다

 

난 부지깽이  회초리 등등 털만한 몽둥이는 모두 들고 나가

 

하나씩 드리고 나도 하나들고서 콩깍지를 두둘기니 하얀콩이 이리저리

 

마구 튕겨져 나온다

 

탁탁 뚜둘기며   콩깍지를 보면 모두 입을 벌리고있고

 

햐얀콩은 사방으로 튕겨져 나가고

 

마당에는 수북하게 콩이 쌓여져 있다

 

나 다하지도 못하고 늦어서 그만 먼저 가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먼저 와버렸는데  노인네 분들이  팔 다리 허리 옆구리 모두 아프신데

 

몸 불편함을 참으시고  일해주시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맙다

 

서러 돕고 정답던 이웃과 친척분들이

 

택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농토 집터 다 수용되어

 

각기  헤어져야 하는 마음들

 

 한 동네 시집 오셔서 평생을 같이 살아오신 분들이신데

 

 올해로 마지막 농사한거 추수하시는 것이기에 노인분들의 마음도 편하신것만

 

은 아니시다

 

이곳을 떠난다는건 죽음을 의미하는거로 생각하신 분들에게

 

이주 명령이 내리었으니

 

내가 그마음이 안되어봤으니 다 헤아려 드릴수없지만

 

그 서운한 마음과 불안한 미래가  더 두려워하시는건 아니실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