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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반란


BY 蓮堂 2004-06-29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속으로 '반란'을 꿈꾼다.
반란이라고 하면 쉬운말로 뒤집어 엎는다는 소리다.

 옛 왕조 시절엔 용상을 뒤집어 엎는 것을 '반정'이라고 했다.
실패했을 경우에는 3족이 멸하는 '역적'이 된다.
'중종반정' .......'인조반정'......--쿠데타 하고는 다른.......

 그런데 맘속을 뒤집어서 아래위를 바꾸는것을 '반란'이라고 명명할려고 한다.
즉,
틀을 바꾸고, 사고나 관념을 바닥으로 부터 완전히 떼어서 자리 바꿈을 해 버린다

 쉬운일이 아니고 홍역을 앓거나 옘병에 가까운 병치레를 해야 제자리를 찾을수 있다.
살면서 이 반란은 필요하다고 본다.....내 경우엔...

 숨 죽이고 사니까 난 숨도 안쉬는 무생물인 줄 알고 있는 남편에게 대 들었던 적이 있다.
그야말로 간이 배 밖으로 튕겨나온 파격적인 권리행사였다.

 내 반란의 진앙지는 역시 아들녀석 때문이다.
군 입대를 앞둔 아들녀석이 애처로워서 싸고 돌던 나에게 남편은 메스를 들이댔다.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로 시작된 남편의 아들성토는
급기야는 숨죽이고 있던 내 성깔에 끓는 기름을 드럼채로 쏟아부었다.

 "그녀석이 李가유?......金가잖우?"
姓씨로 편가르기를 시작해서 그동안 구린내 나도록 마음 한켠에 쳐박아 두었던 내 성깔이
드디어 반란의 촉을 내 밀고 있었다.

 한달전에 벌인 이 설전에 남편은 무척 놀랐던 것 같다
스무해를 넘게 살면서 남편에게 직접적으로 대든건 딱 두번째다
둘 다 아들 녀석으로 인해서..........

 어찌해서 에미는 아들녀석 감싸기를 데리도 들어온 자식같이 치마폭으로 둘둘 말아야 하는지
총알받이 에미의 그 오그라드는 심정을 알기나 할련지....

 한치의 틀린말 없이 조목조목 들이대는 내 변화무쌍한 말솜씨에 남편은 백기를 들었다.
'나를 이길려구?............천만에...........'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승자의 느긋함에 다소 미안한 척 남편을 다둑여 주는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속에 든 불만 덩어리 다 토해내 질 줄 알았는데 아직도 꿈틀거리는 '반란'의 찌꺼기는 남아
있었다.

 이 반란으로 남편은 두번다시 아들녀석을 성토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은근슬쩍 아들녀석의 비리(?)를 들출라치면
'됐네, 이사람아...' 로 에비가 아들녀석을 바지춤에 감추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내 작전은 성공했지만 그렇다고 내 앞에서 기죽은 (?)흉내내는 것은 봐 주기가 민망했다
나이 들면서 당당한 모습 보여 주는게 그래도 보기는 좋은데
그 혈기 패기 다 어디로 귀양 보내고 어깨에 힘 빠진듯한 측은함은 싫다.

 공연한 반란이었나?
하지만 남편의 앞뒤 안가리는 그 분별력엔 쐐기가 필요한것 같았다.
내 의사와 관계없는 남편의 잣대엔 분명한 저울질이 필요했다.

남편도 틀리말을 한건 아니었지만 에비로서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감싸주는 도량만큼은
에미인 나보다는 약했던것이 화근이었다.

 얼마가 지난뒤에 남편은 나를 넌즈시 떠 보는데......
"자네, 그동안 입 다물고 산게 용하네 ....내가 미처 모르는 부분도 있었다는게 놀라워"

 칭찬인지 핀잔인지 몰라도
스무해가 넘도록 속을 보이지 않고 산 나의 참 모습은 무엇이었나 싶다.